▶ 작년 4분기, 전분기比 1.6%↓, 연율 계산땐 -6.3% 전망도…코로나19 여파에 경기침체 우려, 도쿄올림픽 차질땐 정치적 타격
▶ 마이너스 금리 이미 써봤고 중국 관광객 대체도 마땅찮아…일본 정부 대응 한계 부딪힐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지난주 야당 의원 질의에 야유한 행동을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이 5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며 침체 위기에 휩싸였다. 소비세 인상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지며 마이너스 성장세가 올해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후퇴로 2020 도쿄올림픽에도 차질이 빚어질 경우 아베 신조 총리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 내각부는 17일 지난해 4·4분기(10~12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1.6% 하락했다고 밝혔다. 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5분기 만에 처음이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 1년간 이어질 경우를 가정하는 연율 성장률은 -6.3%까지 고꾸라지며 지난 2014년 2·4분기(-7.4%)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일본 경제가 뒷걸음질한 주요 원인으로는 소비세율 인상이 거론된다. 일본 정부는 애초 2015년 10월 소비세를 인상하려 했지만 경제 충격을 우려해 4년 뒤인 지난해 10월에서야 8%에서 10%로 인상했다. 그 여파로 일본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지출은 4·4분기에 전 분기 대비 2.9% 감소했다. 게다가 이상기후로 초가을에 대형 태풍이 불어닥쳤고 겨울에는 평년 대비 높은 기온 탓에 소비가 위축되는 충격까지 더해졌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정부 대책 효과로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하락폭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면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4·4분기 GDP를 연율 기준 -3.8%로 예상했지만 실제 발표치는 이보다 2.5%포인트나 더 낮았다. 이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도쿄 증시에서 한때 장중 1.3% 추락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가 올 1·4분기 혹은 상반기 내내 이어지며 일본이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의한 소비위축, GDP의 7.4%를 차지하는 관광산업 타격이 겹치며 기술적 경기침체(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전날 일본 정부가 도쿄 소재 총리관저에서 개최한 전문가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내 코로나19 발생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총리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중의원 예산위에서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예산 예비비 가운데 103억엔(1,110억원)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지출하기로 하는 등 일본이 침체를 막기 위한 긴급 대처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대응이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시행한 일본 입장에서 추가 부양책이 마땅치 않은데다 방일 관광객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인을 대체할 외국인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도쿄올림픽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아베 총리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그가 정부 주최 모임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벚꽃 스캔들’과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대형 크루즈선에 대한 대처 능력에 한계를 보인 탓에 내각 지지율은 한달 새 8.3%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에까지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정치적 숙원인 개헌까지 밀어붙이려는 구상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NLI리서치의 사이토 다로 수석연구원은 “일본이 1~3월에 또 마이너스 성장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올림픽 전까지 전염병 확산이 진정되지 않으면 경제에 거대한 충격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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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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