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위성정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연말 선거법 개정으로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민주당이 차지할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은 전체 비례대표 47석 중 6~7석에 그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준연동형에서는 정당 득표율에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친 전체 의석을 연동시키므로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는 거대 정당은 최소한의 비례대표 의석만 차지할 수 있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친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 중 20~26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범여권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처럼 미래통합당 지지자 가운데 85%이상이 미래한국당을 지지할 경우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연합’이 제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서울 구로 을에 출마 의사를 밝힌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례민주당’ 창당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비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선거법 개정 당시 공조했던 ‘4+1협의체’ 소속 정당들이 함께 비례대표 정당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유튜브를 통해 “민주당 위성정당이 아닌, 민주 시민을 위한 시민이 뽑는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범여권 비례정당 창당을 주장했다.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인 ‘문빠’들 사이에선 “꼼수란 말을 들어도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우리가 할 수 없다”면서도 “의병이라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의병론’은 민주당이 직접 비례정당 창당을 주도하지 않더라도 지지자들의 ‘비례민주당’ 창당을 사실상 방치해 여권의 의석 확대를 노리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중진인 민병두 의원은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시민들의 자발적 논의를 거쳐 민병대가 조직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비례정당 창당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사표 방지와 선거 개혁 등의 명분을 내걸고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것을 스스로 부정하게 된다. 한 정치학자는 “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해온 민주당이 비례민주당 창당에 개입하게 된다면 ‘꼼수 중의 꼼수’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