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잭 웰치 전 GE 회장 별세
20년간 시가총액 30배 키워, 성과 우선시 경영 풍토 조성
▶ 정주영·이병철 등과도 교류…대규모 감원 ‘중성자탄’ 별명도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이날 타계한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 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로 그의 사진을 대형 스크린에 비추고 있다. [AP]
‘세기의 경영자’로 불렸던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별세했다. 향년 84세. 그는 1981년부터 미국의 대규모 선단형 기업인 GE의 회장에 취임, 20년간 경영하면서 특유의 공격적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글로벌 제조업계의 간판 기업으로 키워 냈다. 가차없는 감원 조치나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두고 적절성 논란도 불거졌지만, 잭 웰치의 경영 방식은 200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를 비롯한 세계 경영 현장과 학계에 큰 영감을 가져왔다.
◆GE 황금기 이끌며 ‘세기의 경영자’ 등극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웰치 전 회장이 신부전을 앓다가 전날 집에서 부인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래리 컬프 GE CEO는 “오늘은 GE 가족 모두에게 슬픈 날”이라며 “그는 우리 회사와 재계의 얼굴을 새롭게 했다”며 애도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들도 “잭 같은 기업인은 없었다”(도널드 트럼프), “그는 결코 잊히지 않을 것”(버락 오바마)이란 추도사를 내놨다.
1935년 11월 미 매사추세츠주(州)에서 태어난 웰치는 에머스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1960년 일리노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해 화학 엔지니어로 GE에 첫 발을 들인 그는 제품 개발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1972년 부사장에 이어 7년 뒤엔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1981년 최연소로 GE 회장이 된 그는 20년간 회사를 이끌면서 회사 시가총액을 140억달러(16조7,160억원)에서 4,000억달러(477조6,000억원)로 무려 30배 가까이 키웠다. 그는 재임 기간 1,000건이 넘는 자회사 매각 및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는데, 이를 통해 저성과 부문을 신속히 정리하고 하이테크 제조업, 금융·정보 서비스, 방송을 아우르는 11개 주력 사업부문으로 재편했다.
GE의 모든 사업 부문은 시장의 ‘리더’가 돼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엔 매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E의 뿌리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 GE는 웰치가 일궜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감원을 수시로 단행한 그에 대해 일각에선 ‘중성자 잭(Neutron Jack)’이란 달갑잖은 별명도 얻었다. 도시나 건물을 파괴하지 않고 대규모 인명을 살상하는 중성자탄의 특징에 빗댄 것이었다. 그는 은퇴 직후 출간한 자서전(국내에선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로 번역)에서 회장직 취임 이후 5년 만에 GE 인력을 41만1,000명에서 29만9,000명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한국 경영계에도 한때 영감
사업 다각화 이후 이익 저하를 겪었던 GE가 웰치의 지휘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1990년대 이후 고인의 경영 방식은 전문경영인의 표본처럼 통용됐다. 조직에 상시적 위기의식을 주입하고 부단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한 그의 방식은 주식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맞물려 성과를 우선시하는 기업경영 풍토를 조성했다. 또 제품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6시그마’, 조직의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설파한 ‘벽 없는 조직’, 사내 리더십개발센터를 중심으로 한 인재양성은 그의 대표적인 경영전략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재벌 위주의 대기업 체제와 맞물려 웰치의 ‘전문 경영’이 선풍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1999년 고인의 방한 강연회에는 대기업 회장, 대학 총장, 은행장, 장관, 국회의원 등 국가 지도자급 인사들로 성황을 이뤘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업 경영의 두 가지 원칙으로 ‘모든 직원이 함께 참여하고 책임을 져라’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신속하게 행동하는 조직을 만들어라’라고 강조했다. 웰치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과도 교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가 정주영 회장과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다가 이견을 빚자 정 회장의 제안으로 팔씨름을 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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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성·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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