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서 강력한 돌연변이 검출, 치료제·백신 개발 무력화 우려…기술적 오류 등 추가검증 필요
▶ “중대 변이, 임상 통해 확인을” 전문가들 “플랜B도 고민해야”
지난 2009년부터 2년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세계를 휩쓸었으나 다행히 타미플루가 있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당시 조류에서 돼지를 거쳐 200만여명이 감염돼 2만여명이 숨졌으나 나름 효과적인 방패가 있었던 것이다. 일부에서 쇼크, 피부 질환, 구토, 설사는 물론 환각·환청, 자살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으나 감염병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이 약은 미국 길리어드가 중국의 향신료(스타 아니스) 열매에서 추출한 시킴산을 원료로 화학 합성해 1996년 개발한 뒤 스위스 로슈에 특허를 넘긴 것이다.
원리는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에 침입해 자신의 RNA를 복제한 뒤 세포 밖으로 나갈 때 이용하는 뉴라미니다아제 효소의 틈에 끼어들어 활성을 막는 것이다.
문제는 타미플루가 사스·메르스에 이어 세 번째 코로나바이러스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앞서 사스와 메르스도 마찬가지였고 당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대유행이 끝나며 흐지부지됐다. 이번 코로나19도 새로운 백신·치료제는 말할 것도 없고 기존 에볼라 치료제(렘데시비르)나 말라리아 치료제(클로로퀸) 등을 활용한 약물 재창출 연구조차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며 타미플루 같은 대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무력화시킬 정도의 돌연변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에는 RNA 바이러스의 특성상 많은 돌연변이가 나오기는 했어도 백신 개발의 의미를 퇴색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대만 국립창화사범대와 호주 머독대 공동연구팀은 세계 106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39개의 게놈 서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올 초 중국 우한에서 돌아온 인도 의대생에게서 검출한 바이러스에서 중대 변이를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돌연변이는 바이러스 표면에 왕관처럼 튀어나와 사람 세포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결합영역(RBD)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백신 개발이 헛수고가 될 위험이 크다”며 “다만 중대 변이가 기술적 오류에서 나온 것인지 등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면역학자인 신의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당초 백신 개발을 무력화할 정도의 변종이 나타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며 “이번 연구가 맞다면 백신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시한 것으로 이를 돌파할 수 있는 플랜B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감 백신 제약사인 GC녹십자의 신윤철 박사는 “그동안에도 변이가 많이 알려졌는데 이번 변종도 결국 임상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다만 중대 변종이 맞다면 바이러스 변이 속도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속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미국에서 코로나19 위협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사이언스에 “백신이나 치료법이 나오지 않으면 간헐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오는 2022년까지 유지해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존 론니디스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의료 전문지(스태트)에 “전수조사한 다이아몬드크루즈 승객의 치사율이 1%였는데 연령을 보정하면 코로나19 사망률은 0.025%에서 0.625%”라며 공포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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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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