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셧다운에 실직 장기화 여파, 캐피털원 120만명 납부 연기…씨티 등 사용한도 줄이기 나서
▶ 여행 줄어 수수료 수입 급감, 연말까지 연체율 급등 우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사는 로버트 로드리게스와 미그달리아 와튼 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 달 넘게 일을 못하고 있다. 우버 기사인 남편은 코로나19 전염을 걱정해 운행하지 않고 스쿨버스를 운전하는 부인은 학교 폐쇄로 수입이 없어졌다. 실직 이후 신용카드로 식료품과 화장지를 샀던 부부는 이달 결제대금을 내지 못했다. 남편 로드리게스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다음달에도 갚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폐쇄) 조치가 길어지자 로드리게스 부부처럼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이들이 미국 내에서 급증하고 있다. 일부 주가 경제활동 재개에 나섰지만 대부분의 주는 기약이 없어 대규모 실업에 따른 카드대금 연체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5주간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650만명에 달하면서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카드대금을 제때 내지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호황일 때는 사용액이 급증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소액 개인대출과 함께 가장 먼저 연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는 밑바닥 경제를 파악할 수 있는 척도로 불린다. 지난 2018년 1조300억달러(약 1,271조원)로 1조달러를 넘어선 미국의 신용카드 이용잔액은 2월 1조1,0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반면 신용카드론 연체율은 상승세다. 2015년만 해도 2.15%로 전체 대출 평균(2.19%)보다 낮았던 신용카드론 연체율은 이후 계속 올라 지난해 4·4분기 2.61%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다른 대출은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4·4분기 기준 1.44%까지 떨어졌다. JP모건체이스는 1·4분기에 68억달러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는데 이 중 56%가 개인 신용카드 연체 대비용이다. 씨티그룹은 전체적으로 70억달러 늘어난 210억달러를 충당금으로 마련했다.
주요 카드사들은 납기연기와 연체이자 감면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캐피털원은 전체 1억2,000만 회원의 1%인 120만명에게 납부연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10~20%의 고객이 지급연기를 요청했다. 지불시점을 늦추면 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날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국 경제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4분기 -11.8% 역성장한 뒤 3·4분기 5.4%, 4·4분기 2.5% 성장할 것으로 봤다. 연간으로는 -5.6%다. 실업률은 3·4분기에 16%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률은 내년에도 10.1%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경기부양 등을 위한 미 정부의 재정지출이 크게 늘면서 2020회계연도(2019. 10~2020. 9)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3조7,0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7.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다. WSJ는 “언제 직장에 복귀할지 모르는데다 미국인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학등록금과 의료비·주택비용 등으로 이미 지나치게 많은 부채를 갖고 있었다”며 “올해 말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로 씨티와 디스커버·싱크로니 등은 회원이 한동안 쓰지 않은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거나 사용한도를 줄이고 있지만 여행수요가 급감해 수수료 수입이 쪼그라든 것이 타격을 줬다. 메르카토르어드바이저리그룹의 브라이언 라일리는 “앞으로 2년가량 신용카드사는 수익성이 급감하고 리스크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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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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