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관이 흑인의 목덜미를 무릎으로 제압하고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지금 미국은 크게 소요하고 있다. 한편 그 죽음을 함께 애도하는 뜻으로 경찰관들이 한쪽 무릎을 꿇어 그 슬픔을 애도하고 있다. 무릎으로 시작된 사건이 무릎으로 승화되었다.
‘무릎 꿇기’가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된 것은 2016년 미국프로풋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 쿼터백 콜린 때문이다. 그가 경기를 앞두고 비무장 흑인이 백인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인종차별 항의 표시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국민의례를 거부한 것에서 유래했다.
남자가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다’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 한쪽 무릎 꿇기는 절대 굴복할 수 없는 상대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되 나의 자존심도 지키며 나의 뜻을 말없이 관철시키고자 할 때 행하는 행동이다.
반면 양쪽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의미로, 꿇림을 받는 입장에서는 민망하기도 하고 나름 승리했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는 충성과 비굴 사이의 무릎이라고나 할까? 양쪽 무릎을 꿇는 행동은 그리 유쾌한 모습은 아니다.
멀리서 열심히 공부만 하고 있을 줄 알았던 아이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검은 옷을 입고 한 손에는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이다. 흑인 친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는 “흑인은 자기의 아이들에게 경찰 앞에서는 절대 뛰지 말고 천천히 걸으라는 당부를 꼭 한다고 한다. 뛰면 바로 총으로 죽을 수 있다”라고 하면서 아빠가 자기 자식에게 자기 나라에서 자기를 보호해야하는 임무를 가진 경찰에게 위협을 느끼며 살 수밖에 없음을 교육하는 현실이 가장 가슴 아프다며 흐느꼈다.
참으로 다행인 건 경찰 전체가 무릎을 목덜미를 누르는 데만 사용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극한 대치 상황 속에서 일부 지역 경찰관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한쪽 무릎 꿇기를 하거나 시위자와 포옹, 악수를 하면서 시민들의 분노에 공감하고, 시위대의 목소리에 동조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무릎으로 시작된 일이 무릎으로 끝이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두 명의 경찰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 경찰관이 애도의 뜻으로 모두가 한날한시에 한쪽 무릎 꿇기를 단행한다면 이 사태가 좀더 빨리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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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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