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앞세워 협상 중단 제안, 므누신 “강행 땐 보복 나설 것”
▶ 막대한 부양 재원 필요한 유럽…디지털세 수익 포기 쉽지 않아
프 “무슨 일 있어도 과세” 맞불, 대립 끝 확전 가능성 배제 못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디지털세 협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에서 일방적으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선언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우선 집중하자며 협상 중단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미국의 협상 중단 요청에 강하게 반발하며 디지털세를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디지털세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경기부양에 나서야 하는 EU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해 관세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최근 EU에 보낸 서한에서 협상이 교착상태라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미 정부는 각국이 경제재개와 코로나19 대응에 힘써야 할 상황임을 감안해 일단 협상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이 이뤄졌으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으로 유럽 국가의 세수는 줄어든 반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수익은 늘어나면서 협상이 더욱 꼬인 상태라고 WSJ는 분석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EU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디지털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대응을 시사했다.
프랑스 등 EU 회원국은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달라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은 EU의 디지털세 부과 추진과 관련해 디지털세가 매출에 따라 부과하는 법인세 외에 별도로 매기는 세금인 만큼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과 대상이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자국 대기업인 만큼 디지털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EU는 미국 글로벌 IT 기업들이 자국 시민들로부터 이익을 내지만 실제로 세금은 본국에 납부한다며 과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U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세를 추진하는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지난해 디지털세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미국과 EU 간 디지털세 갈등은 본격화했다. 미국은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을 자국 대기업에 대한 차별로 결론짓고 무역법 301조에 따라 조사를 진행한 뒤 24억달러(약 2조8,000억원) 상당의 프랑스 제품에 최고 100%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다행히 양국은 올해 1월 고율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디지털세에 관한 조세원칙과 세부안 마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일단 갈등을 봉합했지만 양측이 첨예한 이견을 다시 드러내며 무역분쟁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18일 프랑스앵테르 방송에 출연해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보낸 서한을 받았다며 “이 서한은 도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영국·이탈리아·스페인과 함께 미국에 OECD가 가능한 한 빨리 공정한 디지털세에 관한 원칙에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올해 디지털 공룡기업에 과세하겠다. 이는 정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우리를 제재하겠다고 위협하는데 이게 우방을 대하는 방식인가”라면서 프랑스는 이미 내린 결정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U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무역전쟁 우려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지만 양측의 입장이 다른 만큼 협상 중단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타이 그린버그 조지타운대 법대 교수는 WSJ에 “디지털세 부과는 다른 경제 문제와 다르다”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경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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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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