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대부분 한국 사찰에서는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조상님을 위한 백중(우란분절, 음력 7월 15일)기도를 49일간 봉행한다.
불교에서 효도를 하는 이유에 대해‘어머니나 아버지가 늙어서 쇠약해져 가는데 부양은 하지 않으면서 자기만 풍요롭게 지내는 사람, 이것이 파멸로 가는 문이다. 부모님이 병들면 자식은 갖가지 방법으로 병고를 빨리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몸이 경쾌하고 편안하게 모시며,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여 체력이 견고해져 온갖 고통을 떠난 가운데 장수를 누리도록 노력한다. 왜냐하면 지금 내 몸이 세상에 있는 것은 부모님이 있었기 때문인데,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한량없는 은혜는 하늘보다 크고 헤아릴 수 없는 까닭이다.’
천도(薦度)라는 말은 ‘추천한다, 천거한다.’라는 뜻이 있다. 육도윤회 사상이 있는 불교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천도재사를 하는데 고인생전의 악업과 번뇌집착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빌며 인간 이상의 좋은 곳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한다.
불가에서 말하는 재(齋)와 세속에서 말하는 제(祭)는 다른 의미인데. 세속의 제는 보통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혼령에게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내는 의식을 말하고 불교의 재는 가지런하다는 의미의 재(齋)를 쓴다.
탐심(貪心)이 있는지 진심(嗔心)이 있는지 치심(癡心)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만족하지 못하고 베풀지 않으며 끊임없이 가지려 하는 탐심, 그로 인해 화를 많이 내는 진심이 있는 사람은 가지런하지 않은 사람이다.
어리석음은 이런 탐심과, 진심을 가지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상(無常)을 모르고 인과를 알지 못하는 무명(無明)의 사람을 말한다.
생전 고인께 못 다한 효도지만 매년 제사를 통해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고, 고마운 추억을 떠올리며, 공양물(과일, 꽃, 음식, 향, 차 등)을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마음을 편안히 하고 바르고 가지런히 준비한다.
이런 재사를 통해 치열한 세상을 살고 있는 나의 마음이 편해지고, 가족, 이웃 모두가 평화롭고 순조롭고 원만하기를 기원한다.
기도를 시작하는 입재의 입(入)은 내 마음이 가지런하지 못한 것을 안으로 돌이켜 보는 것을 말한다. 보통 우리는 나의 잘못을 보기 보다는 주변의 잘못을 먼저 본다.
보통 자신의 육신을 위해서 산다. 육신의 오감 즉 보는 것(시각), 듣는 것(청각), 맛보는 것(미각), 냄새 맡는 것(후각), 만지는 것(촉각)과 감정의 만족을 위해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내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시대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세상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없다.
백중의 다른 말인 우란분재란 거꾸로 매달려 고통을 받고 있는 악도의 중생을 위해 재를 베풀어 구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중생의 전도(顚倒)된 가치관 즉, 어리석어 세상을 잘못보고 거꾸로 착각하는 중생심을 버리고, 지혜의 자성광명으로 나아감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거꾸로 살아 온 자신의 모습들, 즉 세속의 가치를 쫓아 참된 가치를 버리고 있었던 일이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았던 일, 부모님에게 불효한 일이나, 성현의 말씀을 믿지 아니하고 어리석게 행동했던 일 등 잘못된 모습을 바로 세우는 데 참뜻이 있는 것이다.
여름날의 백중기도는 부모님과 조상님을 위해 효와 보은을 실천하는 기간이다. 아울러 자신을 되돌아보며 참회하고 소멸하는 기회가 된다.
지금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지만 지난날의 부모님들이나 조상님들의 시절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분들이 극복했던 것처럼 지금을 살아가는 자손들도 반드시 극복 할 것이다. 돌아가신 부모님만이 아니라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돌아가신 후에 후회하지 말고 살아생전에 자주 문안드리고 효도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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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 스님 / 뉴저지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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