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무죄 증거 무시됐고 백인들로만 배심원단 구성했다”
▶ 흑인 남성 “다시는 날 가두지 못할 것…손자·조카 보고파”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44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흑인 남성이 무죄로 석방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 항소법원은 흑인 남성 로니 롱(64)에게 선고된 배심원단 유죄 평결을 철회하고 그를 석방했다고 28일(현지시간) N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법원에 따르면 롱은 1976년 54세의 백인 여성 세라 저슨 보스트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감됐다. 롱은 당시 두 살배기 아이를 둔 20살 아빠였다.
당시 경찰은 형사사건 피고인 가운데 성폭행 용의자가 있을 수 있다고 임의로 판단한 뒤 무단 주거침입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롱까지 용의자 명단에 포함했다.
피해자 보스트는 이렇게 추려진 용의자 가운데 롱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롱이 졸지에 성폭행범으로 몰린 이유는 인상착의가 전부였다.
보스트는 롱의 목소리가 귀에 익으며, 성폭행범이 입고 있던 것과 유사한 가죽 재킷을 입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이 보스트에게 제시한 용의자 사진 가운데 가죽 재킷을 걸친 사람은 롱뿐이었다.
이후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단은 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항소법원은 사건 기록을 재검토한 결과, 경찰이 롱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와 알리바이를 고의로 무시했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에서 43건의 다른 사람 지문과 DNA 등이 나왔지만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고, 사건 당시 롱이 자택에서 파티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롱 어머니의 진술도 배제됐다.
항소법원은 "백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남성은 백인 배심원단에 의해 재판을 받았다"며 "폭력적인 인종차별의 역사가 이 사건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롱의 변호를 맡은 제이미 라우 듀크대 법학 교수는 "당시 경찰은 법정에서 위증했고, 다른 용의자를 가리키는 법의학 증거들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롱은 감옥에서 풀려난 뒤 "경찰이 다시는 절대로 나를 가두지 못할 것"이라며 "이제부터 매 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롱은 자신의 결백이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을 항상 갖고 있었다며 "나를 알지 못하는 조카들과 손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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