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한인 2세 남성들에게 불합리한 족쇄처럼 작용해온 한국 국적법이 개정될 길이 열렸다. 지난달 24일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내린 선천적 복수국적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 선고는 미주한인들의 숙원이 마침내 풀린 역사적 순간이었다.
지난 15년간 상당수의 한인 2~3세들은 이른바 ‘홍준표 법’으로 불리는 국적법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새에 복수국적자로 분류돼 한국의 병역의무가 부과되었고, 이중국적으로 인해 미국에서 군 입대나 공무원 임용, 정계 진출 등에 걸림돌이 되는 피해를 입어왔다.
국적법은 애초 병역기피와 원정출산을 막기 위해 2005년 홍준표 의원이 제안해 만들어진 법이다.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출생당시 부모가 영주권자나 일시체류신분일 경우 한국국적을 자동 부여하고, 18세에 한국국적 이탈을 하지 않는 한 병역의무를 마치거나 만 38세가 넘어야 한국국적 이탈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원정출산과 상관없는 미주한인 2~3세 남성들까지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만들어 부당한 피해를 입는 부작용을 낳았다. 대부분의 한인 2세들은 국적이탈 절차는 물론 자신이 복수국적자라는 사실도 모르는데다 한국 정부가 이에 관해 적극 알리거나 개별 통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미주 한인사회는 국적법 해당 조항의 개선을 위해 10여년 동안 한국정부에 수차례 건의하고 항의했으나 그때마다 국민정서와 병역평등부담의 원칙을 내세운 반발에 부딪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승리를 이끌어낸 전종준 변호사는 2013년부터 4번의 헌법소원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포기하지 않고 집념으로 5번째 헌법소원을 제기, 쾌거를 이뤄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현행 국적법이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야기되는 사익침해가 위헌임을 명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국회는 2022년 9월30일까지 새 법안을 만들어야한다. 국회는 하루 속히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국적선택의 의무가 없었던 홍준표 법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18세 이후 언제라도 국적이탈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개정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해외동포들의 권익뿐 아니라 한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악법이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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