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이민자부부에 사랑 베푸신 백인 할머니
한국에서 결혼하고 바로 미국 포틀랜드, 오리건에 이민온 지 40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미국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다. 물론 한국에서 국제 면허증을 갖고 왔지만 차도 없고, 길도 모르고 어디를 갈 수가 없었다.
걸어서 공원에 갔다. 할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공원에 앉아 있는데 은발의 백인 할머니(Mary Chapman)가 다가와서 미니 영어 성경을 주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말도 통하지 않는 우리를 자기 집에 데려가고, 무엇인가를 얘기해 주고,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하며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와 친근히 지내게 되었다. 어느 때는 맛있는 빵도 직접 만들어 주시고, 저녁도 만들어 주셨다. 교회는 우리가 말이 안 통하니까 못나가고, 한국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할아버지(Curtis Chapman)는 그때 DMV에서 메이저를 하셨고 할머니 혼자 집에 계셔서 영어도 배울 겸 우리가 종종 들렀다.
우리가 직장을 잡고 우리의 편의를 봐주셨던 먼 친척집을 떠나 아파트를 얻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후 두 분을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가끔씩 만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들이 하나 있는데 며느리가 한국에서 입양해온 혼혈아였다. 그 때문에 우리에게 더 친근감을 갖고 잘 해 주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 때는 우리 아파트에 초대를 해서 잘 못하는 한국요리를 해드렸드니 잡채와 불고기가 맛있다고 하셨다. 내가 임신해 이듬해 5월에 예쁜 딸을 낳았는데, 두분께서 5월은 너무 아름다운 계절이니까, ‘MAY’로 지으면 어떻겠느냐고 하셔서 그 이름으로 지었고, 그 딸이 벌써 결혼해서 3명의 아이를 두었다.
1986년 이곳 버지니아로 이사 와서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인사 한 번 못가고, 여러 번 편지가 왔지만 짧은 영어로 긴 편지를 못 쓰니까 그냥 관계가 자연스레 끊어졌다. 지금도 살아계신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 분께서 얼마나 서운해 하셨을까 죄송스런 마음도 많다. 낯선 이민자 부부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주신 두 분의 사랑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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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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