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F, 올 중반께 부과 기준 확정, 미·유럽 등 각국 이해관계 대립
▶ ‘현지 사업장 갖춘 기업 제외’ 등… 한국의견 반영되도록 대처
기획재정부가 관련 조직을 확대하면서까지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에 강력 대응하는 것은 디지털세 적용 대상이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한국 기업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한 디지털세는 애초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미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타깃이었지만 미국 측이 디지털세 도입 동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도 디지털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과세 대상으로 분류되는 기업이 계속 늘고 있다. 미국의 ICT 기업을 조세 타깃으로 삼은 EU와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선 미국과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애먼 한국 기업이 디지털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신국제조세규범과’ 신설을 위한 ‘기획재정부와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이날 입법 예고했다. 관련 조직은 오는 2024년 2월 28일까지 한시 운영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지난 2019년 12월 세제실 내에 디지털세 대응팀을 꾸려 관련 안건에 대응해왔지만 이번 조직 신설로 보다 적극적 대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와(OECD)와 주요 20개 국(G20) 등 137개 국이 참여하는 ‘디지털세 포괄적 이행체계(IF)’가 사실상 EU나 미국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확실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이익을 지켜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IF 측에서 공개한 ‘디지털세 장기대책 논의 경과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은 일정 매출 규모 이상인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되 소비재 기업의 경우 매출 기준 등을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OECD 사무국은 연매출 7억 5,000만 유로(약 1조 원) 이상인 글로벌 기업을 디지털세 부과 대상으로 제시했지만 각국의 입장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져 최종 합의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또 구글과 같은 디지털서비스 업체와 삼성전자와 같은 소비재 기업에 대한 과세 차별화 등에도 합의했다.
문제는 각론이다. IF 내부에서는 온라인 기반 마케팅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은 디지털세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언택트 마케팅’이 한층 활발해진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재를 팔고 있는 한국 기업도 디지털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해당 국가에서 고정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충분한 세금을 내고 있을 경우 디지털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꾸준히 피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반영될 경우 미국과 유럽 등지에 여러 사업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은 디지털세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또 디지털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국내 매출 비중이 절대적일 경우 디지털세 부과 대상이 되지 않게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내 매출이 절대적인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달리 디지털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중순 OECD가 민간 사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청회에서 경제 단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디지털세 관련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로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 IF가 앞서 예고한대로 올 중반께 디지털세 부과 기준을 마련할 경우 개별 국가들은 3년 내에 디지털세 부과를 위한 법령 준비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 기준안 마련 이후에도 디지털세 부과 관련 법적 문제나 불합리한 조항이 발견될 경우 일부 수정이 가능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얽혀 있어 사실상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재부 측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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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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