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를 비롯한 남가주 전역이 노숙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LA 한인타운 지역에서는 노숙자 텐트촌을 비롯한 빈 주택들에서 노숙자들의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한인들을 비롯한 타운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2일 오전 8시19분께 LA 한인타운 500 사우스 마리포사 애비뉴에 위치한 노숙자 텐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근 도로가 일부 폐쇄됐다. 이날 화재로 텐트 앞에 세워져 있던 차량 한 대가 화재로 인해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고, 불이 옆에 있던 팜트리까지 옮겨 붙으면서 가로수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이른 아침 인근이 화재 연기로 뒤덮이기도 했다.

LA시 소방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누가 방화를 저질렀는지는 알 수 없다”며 “최근 들어 노숙자 텐트에서 발생하는 화재 사건에 출동하는 일이 잦다”고 설명했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에도 오후 2시께 6가와 사우스 마리포사 애비뉴의 노숙자 텐트촌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인근 장소에서 거의 유사한 형태의 노숙자 텐트촌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동일범이 방화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시기 노숙자 텐트촌이 LA 전역에 늘어남에 따라 텐트촌 화재 사건도 함께 급증해 주민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올해 한인타운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빈 주택 화재의 원인도 노숙자들의 방화로 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LA 지역 대표적인 인기 관광지인 베니스비치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노숙자 텐트 화재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숙자 텐트촌 화재를 줄이기 위해 각 소방서에서 직원들이 텐트촌을 찾아가 교육을 하고 일부 비영리단체에서는 소화기를 무상으로 지급했지만 화재 발생이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앞서 ABC 방송이 지난 2018년과 2021년의 노숙자 텐트촌 화재 사건 수치를 비교 분석한 결과 LA 지역에서 2018년 하루 평균 7건이던 화재는 올해 들어서 하루 평균 2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자 텐트촌에 화재가 발생하면 인근 잔디, 나무에 불이 옮겨 붙어 금세 인근 주택가로 불길이 번져 때때로 대형화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크다.

노숙자 텐트촌의 화재가 연일 증가하는 가운데 LA시는 지난달 28일 시의회 표결을 통해 LA시에서 길거리 노숙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조례안은 특정 지역의 도로에서 잠을 자거나 누워있고 개인 물건을 늘어놓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에릭 가세티 LA 시장의 서명으로 법제화될 전망이다.

길거리 노숙 금지안이 통과되자 노숙자 및 일부 단체들은 반대 의사를 밝히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예로 LA 대심의 호수공원인 에코팍의 보수 공사를 목적으로 공원 내 노숙자 텐트촌을 철거하기로 하자 이를 반대하는 노숙자들 및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한편 LA 시의회에서는 최근 학교와 공원 근처 등 특정 장소 인근에서 노숙자들이 텐트 등을 치고 노숙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