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단가 안맞아 폐업속출 예상돼
▶ 협회측도 뾰족한 수 없어 속태워

피스레이트를 금지하는 SB62 법안이 내년부터 실시되는 가운데 한인 봉제업계는 이를 생존 문제로 보고 원청업체에 봉제 원가 인상 요구 서한을 발송하는 등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로이터]
“올 것이 왔다.”
작업 생산량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피스레이트’(piece-rate)를 금지하는 SB62 법안이 내년부터 실시된다(28일 경제 1면 보도)는 소식에 한 봉제업체 업주가 보인 반응에서 SB62 법안의 후폭풍을 짐작할 수 있다. SB62법안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한인 봉제업계와 의류업계는 법안이 가져올 파급력을 놓고 긴장감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폐업과 ‘탈가주화’에 산업 재편까지 거론될 정도로 지각 변동에 따른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놓고 한인 봉제업계와 의류업계가 대안 마련에 나서 보지만 당장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개빈 뉴섬 가주지사가 서명함으로써 내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SB62 법안은 일명 ‘피스레이트 금지 법안’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인 봉제업계와 의류업계에 오랜 동안 관행으로 자리잡아 온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법안이다.
법안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임금 구조 개편과 임금 연대 책임이 그것이다.
임금과 관련해 의류 1장당 임금을 계산하는 피스레이트 대신 시간당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는 것이고 피스레이트 적용과 임금 체불 등 제3의 하청업체의 노동법 위반에 대해 원청업체와 소매판매업체에 연대 책임을 묻는 것이 골자다.
당장 SB62 법안 입법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한인 봉제업계다.
임금 산출 방식은 노동법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 외부 노출을 꺼리는 업계 속성상 피스레이트를 적용하고 있는 업체 규모를 파악할 수 없지만 대략 전체 봉제업체 중 90% 이상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봉제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B62 법안이 시행되면 폐업하는 한인 봉제업체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한인 봉제업체 업주는 “현재 봉제 단가로는 최저임금을 맞춰 사업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40~45%의 봉제 단가 인상이 요구되지만 이를 들어줄 원청업체가 없다는 현실에서 문을 닫는 업주들이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최저임금제가 도입되면 경험이 미숙한 저성과 직원들이 자칫 태업을 하는 등 작업 생산량 저하 문제도 발생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주의 몫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봉제업계 일각에서는 SB62 법안 실시가 업계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인봉제협회(회장 잔 리) 최형노 이사장은 “SB62 법안이 시행되면 소량 고단가 물량 위주로 변경되면서 봉제업계도 특화됨에 따라 소규모 인원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폐업과 재편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한인봉제협회가 SB62 법안 실시에 대해 나서서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다만 회원사를 상대로 SB62 법안의 취지를 홍보하고 원청업체에 봉제 단가 인상 협조를 요구하는 선에서 대안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인봉제협회 잔 리 회장은 “SB62 법안 실시에 대해 협회가 나서서 할 일이 별로 없다”며 “일단 원청업체를 대상으로 봉제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 발송 건 논의를 위해 긴급 이사회를 다음 주 중에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봉제업계에 비해 한인 의류업계는 SB62 실시와 관련해 다소 느긋한 입장을 보여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다. 자바시장 내 많은 의류업체들이 3~4년 전부터 생산기지를 중국이나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 전환해 의류 생산의 거의 전체 물량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청업체의 임금 착취나 체불로 인한 연대 책임 문제와 함께 노동법이 다소 느슨한 타주나 해외로 사업장을 이주하는 소위 ‘탈가주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인의류협회 리처드 조 회장은 “SB62 실시로 타격을 입는 한인 의류업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임금 체불의 원청업체 책임 부분이 부담이면 부담이고 오히려 물류난과 탈가주화가 의류업계에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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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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