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대지진 때 심각한 문제…7일 지진으로 8만여명 어려움
▶ 대책 미흡…통신망 두절 동반하면 가족 안부 확인도 난항

7일(현지시간) 오후 일본 지바현에서 발생한 규모 5.9 지진으로 수도권의 주요 철도 교통이 마비된 가운데 도쿄도(東京都) 소재 JR 신바시(新橋)역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2011년 동일본대지진 후 10년여 만에 일본 수도권을 흔든 강한 지진에 많은 이들이 마음을 졸였으나 다행히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일본 기상청 분석에 의하면 이달 7일 밤 지바(千葉)현 북서부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5.9였다.
각 지역에서 관측된 진동의 상대적 세기를 나타내는 진도는 최대 '5강(强)'을 기록했다.
진도 5강은 지지물을 붙잡지 않으면 걷기 힘든 수준의 흔들림이다.
선반에 올려놓은 접시나 책이 많이 떨어지고 고정되지 않은 가구가 넘어져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다.
보강 조치가 허술한 블록 벽이 무너져 행인이 다치는 경우도 있다.
일본 소방청의 잠정 집계로는 도쿄도(東京都)를 비롯한 수도권 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43명(중상 4명)이 다쳤고 주택 화재 2건, 정유시설 화재 2건이 발생했다.
인적 피해나 시설 피해가 크지 않았으나 다른 문제가 있었다.
지진 발생 직후 주요 철도 교통이 마비되면서 집에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속출한 것이다.
신칸센, 지하철, JR 재래식 열차 등이 일제히 운행을 중단하면서 시나가와(品川)역 등 도쿄의 주요 역 주변에는 택시를 기다리는 직장인 등이 장사진을 쳤으며 역 구내에는 주저앉은 이들도 목격됐다.
집에 돌아가지 못한 이들은 가까운 호텔, 직장, 친구 집, 공공 기관이 마련한 대기 장소 등에서 밤을 보냈다.
지진 때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것과 비교하면 '귀가 곤란'은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번 지진으로 귀가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한때 약 8만2천 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바(千葉)·사이타마(埼玉)·가나가와(神奈川) 등 3개 현 거주자 중 지진 당시 도쿄에 머물고 있던 이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며 도쿄 거주자 중 귀가하지 못한 이들을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각부 자료에 의하면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수도권 교통 마비로 인해 집에 돌아가지 못한 이들은 515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에 비하면 이번 지진에는 귀가 곤란자의 규모가 훨씬 적기는 하지만 숙제를 재확인시켜준 양상이다.
도쿄도가 2012년 4월 공표한 '수도 직하 지진 등에 의한 도쿄의 피해 상정(想定·가정함)' 보고서를 보면 수도 직하 지진(首都直下地震) 발생 시 귀가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51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쿄도는 이에 대비해 '귀탁(귀가) 곤란자 대책 조례'를 2012년 3월 제정해 2013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조례는 귀가 대란을 막기 위해 대지진 발생 시 기업이 시설물의 안전을 확보한 후 종업원을 사업장에 머무르게 해 동시에 귀가하는 것을 억제하도록 노력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도는 종업원을 위해 사흘분의 음료수와 식량 등 필요 물품을 비축하도록 기업에 권장했다.
아울러 행정 기관이나 공공시설, 민간 사업자 등은 귀가 곤란자들이 일시적으로 머물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대비는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도쿄도가 공공시설이나 기업 등의 협력을 받아 확보한 일시 체류 시설은 1천137개이며 수용 가능한 인원은 44만5천 명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 수도권에 노숙자가 급증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지진 때는 휴대전화 대량 불통이나 인터넷 접속 실패 등 눈에 띄는 통신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혼란이 적었다.
통신 마비가 함께 발생하면 귀가하지 못한 이들이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기 어려워진다.
튼튼한 건물을 짓는 일 외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준 지진이었다.
일본에 비하면 지진이 적지만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니 타산지석으로 삼을 부분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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