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분노 고려·민주 경선 영향 최소화’ 타이밍 본듯
▶ ‘신속에 방점’ 특검 선긋기… 대장동 수사 향배 따라 희비 갈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대선후보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출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한국시간 기준) 정치권 최대 이슈인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정치적 고려가 일절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이와 별개로 이번 지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대선 가도에 미칠 영향이 없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연스레 정치권의 관심은 문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꺼낸 속내가 무엇일지에 집중되고 있다.
◇ "의혹 빨리 털고가기, 李에도 좋아"…수사 주체도 '검경' 명시
여권을 중심으로는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이 후보에게 전혀 나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 대선까지 5개월가량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후보로서도 계속 대장동 의혹으로 야권의 집중포화를 맞느니 수사기관에서 빨리 결론을 내려주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오늘 문 대통령 메시지는 '신속한 수사'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며 "대장동 의혹 진흙탕 공방을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 정책경쟁 위주로 대선판이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 후보의 주장대로 이번 의혹이 '국민의힘 게이트' 성격이 강하다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오히려 이 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여권에서 나온다.
이 후보가 국회 국정감사에 정상적으로 임하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것 역시 이런 자신감에 바탕을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을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자는 데에 청와대와 이 후보 측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후보 측에서는 이번 메시지를 두고 "이 후보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청와대에서도 알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수사 주체로 '검찰과 경찰'을 콕 집어 명시한 것 역시 특검 선긋기를 통해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야권의 공세를 끊어내고 논란을 빨리 정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야권에서 이번 지시를 두고 "특검을 거부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 대장동 수사 탄력 전망…이재명에는 압박 될 수도
하지만 이번 지시가 이 후보로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고개를 든다.
대장동 수사에 힘이 실릴수록 이 후보가 느끼는 압박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만에 하나라도 이번 의혹에 이 후보가 연루됐다는 수사 결과가 나온다면 본선 가도에 올라탄 이 후보에게 그야말로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더라도 수사 소식이 계속 정국의 핵심에 자리하면서 야권의 포화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은 이 후보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실제로 이번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가 대패한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대장동 민심이 확인된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고, 심지어 여권 내에서도 대장동 의혹 탓에 중도층 민심이 이반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처럼 이 후보에게 달갑지 않은 상황이 조성될 수 있음에도 문 대통령이 이 시점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배경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이번 의혹이 이 후보가 극복해야 할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가운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 후보의 리스크도 커진다는 점을 청와대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나아가 혹여라도 문 대통령의 '철저한 수사' 주문에 '여당 대선 후보여도 예외일 수 없다'는 함의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이는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게는 문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선을 긋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 정치적 해석에 거리 두는 靑…"국민 분노 고려한 것"
이처럼 여러 관측이 엇갈리고 있지만, 여전히 청와대는 대선에서 특정 후보의 유불리와는 일절 상관이 없는 메시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고려하면 문 대통령 역시 침묵을 지킬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청와대가 지난 5일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뒤에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을 겪으며 허탈감을 느꼈을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입장을 낸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청와대 복수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이미 지난달부터 국민적 분노에 대해 언급하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향을 내비쳐왔으나, 참모들의 반대로 이를 공식화하지만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이 문제가 경선 후보 간 대립으로 번질 우려가 없을 타이밍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입장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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