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탄소 드라이브 건 독·영 등 저렴한 천연가스 소비량 늘려
▶ EU, 러시아산 수입비중 급증…2010년 35%→ 작년 43%로 파이프라인 수송, 비용도 절감 “러 가스 도입, 대안없는 선택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유럽 내 천연가스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도맡고 있는 러시아의 존재감이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천연가스로 러시아가 유럽의 숨통을 죄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어쩌다 유럽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종속되는 처지가 됐을까. 외신들은 천연가스 1위 매장량,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청정에너지원으로서 천연가스 활용 붐, 촘촘한 인프라 망 등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천연가스 매장량 압도적 1위전 세계 천연가스 시장에서 러시아는 패자(覇者)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천연가스 매장량 비중은 전체의 24.3%로 1위다. 2위인 이란이나 3위인 카타르와는 각각 7%포인트, 11.8%포인트나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천연가스 매장량은 유럽의 끊임없는 소비 덕분에 빛을 보고 있다.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0년 35%에서 지난해 43.4%로 늘어 불과 10년 만에 24%나 증가했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1991년 277만 6,000MMcf(백만제곱피트·1세제곱피트의 100만 배)에 달했던 독일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2017년 329만 6,687MMcf로 약 19% 증가했다. 반면 독일 내 천연가스 생산량은 1991년 69만 1,000MMcf에서 2015년 33만 7,258MMcf로 절반 이상 줄었다. 결국 러시아 의존도만 급증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현상은 유럽 전반에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 1990년 205만 9,000MMcf에 달했던 천연가스 소비량이 2017년 279만 5,569MMcf로, 같은 기간 이탈리아는 167만 4,000MMcf에서 265만 3,955MMcf로 급증했다.
파이프라인이 곧 경쟁력유럽에서 천연가스 소비량이 늘어나는 것은 청정에너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는 석유나 석탄 등 다른 화석연료와 대비돼 청정에너지로 분류된다. 전기 생산을 위해 연소시켰을 때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는 절반, 공기 오염물질은 10분의 1만 발생되기 때문에 대기오염 해결 등에서 보다 나은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2016년 발효된 파리 기후변화협약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 하지만 정치적·사회적 이유로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으로서는 천연가스가 유일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천연가스의 저렴한 가격도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석탄과 석유 가격은 각각 57.38%(2015년 기준)와 33.57% 오른 반면 천연가스 가격은 40% 가까이 떨어졌다.
유럽이 천연가스에 있어 유독 러시아에 의존하는 이유는 뭘까.
해답은 천연가스 수송 방식에 있다. 천연가스는 영하 162도로 냉각한 뒤 액화천연가스(LNG) 상태로 수송 가능하다. 이 경우 컨테이너선으로도 LNG를 나를 수 있는데 액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여기에 운송 중 기화로 인한 손실도 크다. 반면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송되는 파이프라인가스(PNG)는 액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2012년 러시아에서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드스트림 1을 완공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개발 업체인 가스프롬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유럽으로서는 굳이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다른 나라에서 천연가스를 들여올 이유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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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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