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혜란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복통과 설사 등이 급성 장염이라면 며칠 내에 증상이 사라지지만 염증성 장 질환은 몇 주~몇 개월간 지속되거나 반복된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크론병ㆍ궤양성 대장염 등‘염증성 장 질환’ 위장관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해 지속적이고 잦은 복통과 설사, 혈변 등을 일으키는 병이다. 식습관 서구화 등의 영향으로 최근 급격히 환자가 늘고 있는데 특히 20세 미만 환자가 25%나 된다.‘소아청소년의 염증성 장 질환 치료 전문가’ 양혜란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났다. 양 교수는“염증성 장 질환자는 소아청소년이 어른보다 병변이 심한 데다 영양 결핍과 성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약물ㆍ식이요법으로 건강한 장을 유지하도록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염증성 장 질환을 설명하자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하는 위장관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위장관 전체에 염증을 일으켜 호전과 재발이 반복된다. 소장ㆍ대장을 비롯한 위장관 전반에 염증과 깊은 궤양 병변을 유발한다. 염증 정도와 발생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복통ㆍ만성 설사ㆍ혈변ㆍ체중 감소 등이 대표적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직장에서 시작하는 연속적인 얕은 궤양과 대장에 국한해 나타나는 염증이 특징이다. 역시 복통ㆍ설사ㆍ혈변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크론병보다 적게 발병하지만 평생 지속되며 재발이 잦다.
-소아·청소년이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소아·청소년에게 나타나는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보다 3~4배 많이 발생하고, 성인에 비해 중증일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침범 부위가 넓고 병변 정도가 심하며 병 진행이 빠르고, 누공(瘻孔)ㆍ협착 등 합병증이나 장외 증상이 흔하다. 회맹장ㆍ대장에 동시 침범하거나 상부 위장관까지 침범한 경우도 성인 환자보다 많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병변이 함께 나타나는 미분류형 장염도 흔하다.
또한 소아·청소년 궤양성 대장염은 급격히 진행하는 경과를 보이며 대장 전체를 침범하는 경우가 80%나 되지만, 성인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직장이나 좌측 대장에 국한된다. 어릴 때 염증성 장 질환이 발병하면 오래 앓는 데다 질병 경과ㆍ예후가 좋지 않다. 체중 감소가 심하거나 키가 제대로 자라지 않을 수 있다.
위장관 염증으로 음식물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거나 장으로 소실되고, 복통으로 식이 섭취가 줄며, 염증 반응으로 영양소 대사가 바뀌어 영양이 결핍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늘면서 인슐린 양 성장 인자(IGF-1)를 억제해 키가 정상적으로 크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 크론병의 경우 성인 환자와 달리 설사ㆍ복통 등의 증상 없이 성장 장애만 나타나기도 한다.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 소인이 있는 환자는 장내 미생물ㆍ식이 섭취ㆍ위생 상태 변화 등 환경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점막의 면역 체계가 변형되면서 장 점막을 공격하는 병적인 염증 반응이 나타나고, 위장관 조직 손상과 염증이 만성적으로 생긴다.
특히 10세 미만에 생기는 조발성 염증성 장 질환은 유전적 배경이 강해 가족력이 40~50% 정도다. 6세 미만에 발생하는 초조발성 염증성 장 질환은 1~4% 정도다. 특히 2세 미만에 나타나는 영아형 염증성 장 질환은 면역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주원인이라 증상이 심하고 잘 치료되지 않는다.
-장이 약하거나 예민해 자주 배탈이 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나.
“복통ㆍ설사가 오래 지속될 때가 많지만, 장염처럼 고열ㆍ복통ㆍ설사 등 위장관 증상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장염을 오래 앓거나 자주 걸리는 것으로 오인해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기도 한다. 급성 장염이라면 며칠 내에 증상이 사라지지만 염증성 장 질환은 몇 주~몇 개월간 지속되거나 반복된다. 과민성 장 증후군 등과 달리 배꼽에서 먼 부위 복통, 잠을 설치게 하는 설사ㆍ복통, 혈변, 체중 감소, 구강 궤양, 항문 농양ㆍ누공 등이 나타나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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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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