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주미대사관 국정감사를 위해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워싱턴을 방문한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대신했으나 현장 대면감사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올해 다시 위원들이 직접 방문하게 됐다.
대사관 국정감사는 13일 오전 2시간, 오후 1시간 30분 등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그러나 화상으로 진행됐던 감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실 국정감사를 통해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없었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직접 해외공관을 방문한 감사반의 태도도 예전과 다름없었다.
감사반을 구성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의정활동을 과시(show off)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워싱턴에는 한국에서 파견된 수십명의 특파원들이 국정감사를 취재하는 만큼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처음부터 증인으로 나선 대사의 답변은 중요하지 않았다. 질문하는 자신들의 발언에만 신경을 쓸 뿐 답변을 들을 시간도 없고 필요하면 추후 서면으로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위한 말잔치뿐이었다.
특히 영사업무와 관련된 보고나 재외동포 현황, 한인사회 이슈에 대한 질문은 관심 밖이었다. 그래도 과거에는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나 정체성 교육, 한인 정치력 신장 등의 이슈들이 거론되곤 했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형식적으로만 언급됐을 뿐 총영사의 답변 기회마저 시간이 없다고 외면했다.
한국의 국격 문제와도 연결된 입양인 문제를 비롯해 올해는 아시안 혐오범죄 등 심각한 사안이 적지 않았지만 이를 거론한 의원은 없었다. 미주 한인들에 대한 한국 정치권의 인식을 확인해준 것이다. 그들에게 재외동포는 필요할 때는 한국을 대변하는 공공외교의 첨병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지역구 참정권도 없는 무시해도 상관없는 존재일 뿐이었다.
올해 대사관 국정감사는 추가질의도 없이 예정된 4시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끝났다. 미국까지 와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의원들의 피곤함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여야 의원들의 정치적 대립은 한국에서만으로도 충분하다. 대사관 업무를 감사하러 미국까지 왔으면 잘못된 점을 직접 확인하고 최소한의 대답을 듣고 가야하지 않을까. ‘종전선언’ 등 정치외교적 이슈에만 매달리고 동포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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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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