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드라마, 넷플릭스 휩쓴 이유…오징어 게임·마이 네임갯마을…한국적 현실^감성^심리묘사 강점, 서구 블록버스터 제치고 톱10에
▶ 지재권 독점에 제작사들 거리두기, 전지현·송혜교 신작을 ‘탈 넷플’
‘경북 포항의 작은 항구 마을 양포리. 마을의 큰 어른인 감리(김영옥) 할머니가 숨을 거두자 주민들은 공동장을 치른다.’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21세기판 ‘전원일기’ 같다. 한국의 작은 어촌에서 삶을 공유하는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이 드라마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인기 순위 1위(18일 기준·현지시간)를 달리고 있다. 본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만난 필리핀의 아비가일씨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우울한 상황에 넷플릭스에 어두운 드라마가 많다”며 “‘갯마을 차차차’의 공진 바다를 보며 지친 한 주를 힐링하고, 마을 속 좋은 사람들을 보며 행복과 배움을 얻는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 대중문화 시장의 판도를 확 뒤집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 천하다. 이날 세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소비량을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이 27일째 넷플릭스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마이 네임’(4위)과 ‘갯마을 차차차’(7위)까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북미와 유럽에서 마니아 장르로 여겨졌던 한국 드라마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계기로 주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영국 BBC방송은 “’한국 문화 쓰나미’의 물결”이라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미국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
고 평했다. 영화 ‘기생충’이 예술적으로 조명받고, ‘오징어 게임’으로 신드롬까지 낳으면서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언어 장벽에도 불구, 한국 드라마가 미국 블록버스터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비결은 ‘한국적 차별화’다.
①한국 현실을 콘텐츠 소재로 ②정(情), 즉 공동체 판타지를 부각하며 ③인물 심리 묘사에 집중하는 것, 세 가지다. 세계 유일의 분단(’사랑의 불시착’)과 경제 불평등과 높은 자살률(’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후미진 골목 및 더불어 사는 삶(’갯마을 차차차’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대한 향수 등 한국적 특성으로 이야기를 색다르게 끌고 간다. ‘조선 좀비’를 다룬 ‘킹덤’ 등 최근 3년 새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다.
김종훈 CJENM IP사업본부장은 “K팝 열풍 등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 드라마들이 한국적 소재와 감성을 진하게 녹여내 OTT에서 주류를 이뤄 온 미국 블록버스터 드라마와 차별점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의 특수한 ‘정’은 다른 말로 하면 연대고, 그 연대는 팬데믹과 난민 문제 등이 심각한 전 세계의 시대정신이 돼 보편성을 얻었다”고 진단했다.
한국 드라마는 이야기 밀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사건보다 인물의 심리 묘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진이 투입돼 만듦새가 좋아지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홍석경 서울대 교수가 지난해 낸 ‘글로벌 VOD 서비스의 한류 영향력’ 발표문을 보면, ‘이태원 클라쓰’ 등을 본 미국과 프랑스의 외국인 시청자는 “한국 드라마의 촬영 방식은 미국 시리즈물보다 차가운 느낌이 덜하다” “한국 드라마는 관찰자가 아닌 극중 인물 중 한 명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며 흥미로워했다.
한국 드라마 열풍에 넷플릭스는 분명 땔감이 됐다. 하지만 국내 일부 제작사에선 ‘탈 넷플릭스’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드라마가 세계적 흥행을 해도 지식재산권(IP)은 넷플릭스가 가져가 제작사가 작품 흥행 시 추가 이익을 제대로 얻기 어려워서다. 전지현이 출연하는 드라마 ‘지리산’(23일 방송)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다.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판권을 넷플릭스에 팔지 않았다. 대신 중국 아이치이와 tvN에 해외 온라인 송출(200억 원 후반대·한중 제외)과 국내 방송권(208억 원)을 따로 넘겨 제작비를 거둬들였다. 송혜교 주연의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제작한 삼화네트웍스도 넷플릭스가 아닌PCCW 뷰클립(싱가포르)과 계약했다.
20년 넘게 드라마 제작을 해 온 제작사 관계자는 “한류스타가 출연하거나 제작진의 명성이 높은 작품을 기획한 제작사는 IP를 넘겨주지 않아도 되는 OTT와 계약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는 분위기”라며 “중소형 제작사는 100%사전 투자로 제작비를 모두 지급하는 넷플릭스와의 거리 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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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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