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안 바뀌었다” 반복…국방장관도 관련 질문에 말 아껴
▶ 일부 전문가 “발언 실수”…中 견제 ‘치고빠지기’ 가능성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정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발언 여진을 수습하느라 연일 나서고 있다.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공격받으면 방어에 나서겠다는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한마디'가 중국을 자극할 정도로 미국의 대만 정책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고자 연신 해명성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바이든의 언급이 대만 정책에 대한 그간의 전략적 모호성을 벗어던지려던 의도냐는 질문에 "우리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정책 변화를 전달할 의도가 없었고 우리 정책을 바꿀 결정을 한 것도 아니었다"고 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의 대만 방위 관계는 '대만관계법'에 따른 것이며, 미국은 대만이 충분한 자위력을 유지하도록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자위 수단을 제공할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대만에 대한 군사개입과 관련해선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중국의 군사행동을 견제해왔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은 평화적 수단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모든 시도를 서태평양의 평화·안보에 대한 위협이자 미국에 대한 중대한 우려로 간주한다는 것이 대만관계법의 또 다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도 양안 문제가 생기길 원치 않는다. 대통령도 확실히 아니다. 그럴 이유도 없다"고 재차 언급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공격을 우려한다고 하면서도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자위력 향상을 지원한다는 기존 입장은 불변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CNN 타운홀 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 한 마디로 미국이 대만 정책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르자 백악관은 타운홀 행사 직후 미국 정책에 아무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곧바로 언행을 신중하게 하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언급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대만 문제는 순전히 내정으로, 외부 간섭을 용인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본부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만이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도록 계속해서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으로 인한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미국이 대만 정책 변경으로 보일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에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 것은 굳이 현시점에 중국을 자극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간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은 최근 연내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모처럼 화해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자칫 이번 발언의 파장이 계속되면 우호적 분위기로의 전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상당수 전문가는 바이든의 발언을 '실언'으로 보고 있다.
독일마셜펀드의 대만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는 바이든의 발언을 실수라고 한 뒤 "일각에선 의도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이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명확성을 거부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혼란스러운 미국의 정책은 억지력을 약화한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더글러스 팔 전 대만주재 미국대표부 대표는 전날 행사가 바이든으로선 국내경제에 집중하는 자리였다며 "그는 산만해졌을 때 부주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중국의 대만 위협을 견제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치밀한 '지고 빠지기'라는 분석도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의 무력 침략 시 대만에 군사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제공한 바 있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지만 두 번 이상 이어지면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전투기 등 군용기를 대규모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 대만에 노골적인 군사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대만 여론을 안심시키고 중국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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