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국채금리 왜곡 현상 왜
▶ 이달 연준 테이퍼링 돌입 발표, 생산·소비자 물가 폭등세에도 10년물 1.4%·2년물 0.4%로 뚝
재무부 국채 발행규모 축소에 저금리 따른 수요감소 등 영향

미국 경제는 구인난·공급난 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프랜차이즈 업소의 구인광고. [로이터]
지난 3월17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물가가 생각보다 높다며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수 전망치를 2.2%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장기채 매입 비중 확대(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하지 않았다. 시장은 그의 발언을 국채금리 상승의 그린라이트로 봤다. 연초만 해도 연 1%를 밑돌았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1.75% 이상으로 치솟았고 나스닥은 하루에 3% 넘게 빠지기도 했다. 이후 잦아들었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9월 인플레이션 우려에 다시 한 번 1.55%를 넘으면서 요동쳤다.
그랬던 국채금리가 잠잠해지고 있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을 수정하고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속도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했음에도 2년과 10년물 국채금리가 되레 떨어지면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가 상승 우려가 상당히 커졌지만 국채금리는 하락·유지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인플레 우려 무색한 국채 수익률
9일(현지 시간)에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1.42%대까지 하락했다. 지난 3일 FOMC 직후 1.60%를 넘겼지만 어느새 슬금슬금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2년물 금리도 이달 초 0.50%를 웃돌았지만 이날 0.44%대를 오르내렸다. 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문제는 이날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8.6% 폭등했음에도 국채금리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0일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대비 5.9%(블룸버그 기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국채금리가 미스터리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 가능성이 높으면 금리가 올라간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앞서 조기 금리 인상 전망에 장기 단기금리(2년물)는 오르고 장기(10년물)는 하락하는 수익률 평탄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간에 관계없이 약세다.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무관” 강조 때문
미국의 소비 수요는 강하다. 공급관리협회(ISM)의 10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6.7로 사상 최고치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10월 미국의 ISM 제조업지수는 60.8로 전달(61.1)보다 낮아졌고 신규 주문이 가파르게 하락(66.7→59.8)하고 있다. 공급 문제도 내년까지 이어진다.
연준이 최소 내년 중반까지 물가 상승 압력을 버티면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메리벳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에 불이 붙고 있으며 국채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실질 수익률이 너무 낮다고 보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뒤로 미루고 있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주춤은 잠시…10년물 연말 1.8%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고 변동성이 커진 결과 수요가 줄어든다는 해석도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심해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암호화폐에 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진행된 10년 만기 미 국채 입찰의 응찰률은 2.35배로 지난달 12일의 2.58배보다 낮았다.
국채 시장이 보내는 신호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하락) 아니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폭 감소)으로 보는 이도 있다. 스테파니 링크 하이타워 최고투자전략가는 “국채 시장에 왜곡이 상당히 많으며 (국채금리가 가리키는 것과 달리) 경제와 기업의 실적은 좋다”며 “개인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닌 것 같다. 인플레이션이 실질적 위협인 것은 맞지만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다”고 해석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와 금리 상승 우려에 연말에는 10년물 국채금리가 1.75~1.80%로 오르면서 정상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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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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