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반도체 품귀가 부른 나비효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 80% 수급 난항
애플 생산량 감축·삼성 신제품 출시 미뤄
·더 격해지는 미-중 반도체 전쟁
미국, 중 반도체 M&A부터 수출까지 봉쇄
중국은 내수시장 확대로‘기술 자립’노려
·준비 빨랐지만 점점 뒤처지는 한국
삼성 2017년 파운드리 진출 등 선제대응
반도체 지원책은 경쟁국 미·중보다 늑장
■ 자국 우선주의로 치닫는 반도체 전략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올 초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생산 공장 가동을 중지하는 등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급기야 올해 생산량 전망치를 조정하며 잇따라 생산 감축을 발표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다른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 업체의 약 80%가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13의 생산 목표치를 약 1,000만 대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삼성전자는 신제품 출시 일정을 미루고 있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기존의 주력 산업과 신산업이 모두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반도체 부족 현상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격화하는 양상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중국이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자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당시 아시아의 4용이라 불리는 한국과 대만·홍콩·싱가포르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 앞다퉈 생산 공장을 건설했다. 덕분에 중국은 서구에서 산업혁명 이후 공업이 발달한 속도보다 빠르게 산업구조가 변했다. 결국 2013년부터 반도체는 중국의 최대 수입 품목으로 떠올랐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0년께부터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2015년 발표한 ‘중국 제조 2025’에서 202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40% 달성, 오는 2025년까지는 70% 달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후 두 차례의 대규모 펀드 조성을 통한 자금 지원과 파격적인 세제 혜택으로 팹리스를 비롯해 후공정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분야는 성과가 미진해 여전히 반도체 자급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철저하게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반도체 제조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반도체 선진국 기업들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견제로 대부분 무산됐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반도체 제조를 위해 필요한 핵심 장비의 중국 수출도 허가제로 바꾸면서 사실상 중단시켰다. 미국 기업뿐 아니라 네덜란드 ASML이 극자외선(EUV) 장비를 중국 기업에 판매하는 것조차 네덜란드 정부에 금지 요청을 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첨단 장비를 도입해야만 현재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데,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핵심 장비를 공급하지 않으니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저지하려는 것은 반도체가 첨단산업의 근간이 되는 부품이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우한 YMTC 시찰 중 ‘반도체 심장론’을 주창하며 중국 기업 육성을 위해 자국산 반도체 구매를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비록 현재 세계시장에서는 경쟁에 밀리는 제품이더라도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내수 확대를 통해서라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자 2021년 2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못 하나가 없어서 편자가 망가졌네. 편자 하나가 없어서 말이 다쳤네’라는 옛 속담이 있다”면서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이다”고 말해 반도체를 비롯한 4개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 그리고 미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을 국방수권법에 포함해 통과시켰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저지하는 것은 편자의 못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최대한 중국의 반도체 개발을 저지하려 할 것이고 중국은 자국 산업 발전과 미래를 위해 반도체 자체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은 그 끝을 예상하기가 어렵다.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심화하는 반도체 패권 경쟁
미중 간 패권 경쟁과 별개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초기 반도체 산업은 한 기업이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든 공정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반도체 제조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설비투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1980년대 초부터 제조 설비를 갖추지 않고 설계만을 중심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팹리스 기업은 기존의 생산 설비를 보유한 기업에 제조를 의뢰했는데 유휴설비에서 생산하므로 생산이 불안정하고 기존 기업이 유사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면 경쟁자에게 도면을 맡기는 형국이 돼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TSMC가 1987년 대만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미국에서 팹리스 기업은 더욱 늘어났고 대만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반도체 제조업이 발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돼 소수만 남겨두고 미국과 유럽·일본 기업 대부분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신흥 반도체 제조 국가인 한국과 대만 등은 주요 시장으로 성장했다.
■먼저 준비했으나, 경쟁국보다 늦어지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
이처럼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는 이미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파운드리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현재 TSMC와 초미세화 공정에서 1~2위를 다투며 제조 장비와 소재 분야에서는 국산화율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이후의 대응은 우수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올 초 미국이 국방수권법에 반도체 산업 지원 내용을 포함해 통과시키자 상반기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특별법’이 당장 제정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반도체특별법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국가 대표 산업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국가 대표 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어도 경쟁국에 버금가는 지원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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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재명과 윤석열 중 하나가 한국호를 지휘해야 한다. 건투하시라. 미국의 낮은 민도에 비하여, 한국은 국민들이 위대한 나라다. 지난 70년간의 과거 세대가 이룬 성취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현재 K--로 시작하는 모든 한국적인 현상이 현 세대도 그 DNA를 물려받았고, 과거의 성취에 근거해서 jump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대 강대국(미일중러)의 입김이 거센 한국의 지정학적 입장이 현대한국이 배운 교훈의 핵심이다. 다음 세대가 행복하고, 만족하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