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디추싱, 미 증시 자진 상폐
▶ 중,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 등 자국 자본시장 육성 자신감 미 안보 내세우며 퇴출 압박 월가, 중 기업들과‘밀월’깨져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자진 상장폐지로 미중 간 증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이 자국 자본시장 육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 역시 안보 위협과 회계 불투명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기업의 자금원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산업 공급망뿐 아니라 금융 분야에서도 빠르게 결별하는 양상이다.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상장과 자진 상폐 과정은 월가와 중국 기업 간의 밀월이 깨졌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중국 당국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디디추싱에 수 차례 경고 메시지를 줬으나 디디추싱은 이를 무시하고 지난 6월 30일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이후 중국의 압박은 물론 미국의 견제까지 더해지면서 디디추싱은 자진 상폐 후 홍콩 증시로 선회할 것이라고 3일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올 들어 자국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최근 역외법인인 가변이익실체(VIE)를 이용한 해외 상장을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이를 부인했지만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이 힘들어지고 중국 기업들이 해외가 아닌 홍콩을 포함한 본토 증시 상장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중 신냉전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 대형 기술 기업들을 상대로 ‘확실한 통제’가 가능한 홍콩 또는 본토 증시에 상장할 것을 압박했다. 그 결과 콰이서우·샤오홍슈 등은 미국이 아닌 홍콩에서의 기업공개(IPO)를 결정했다.
미국 증시에서 자국 기업이 퇴출되는 것을 목격한 중국 당국이 추가 퇴출을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차이나텔레콤·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 등 국영 통신 3사는 뉴욕 증시에서 상장폐지됐다. 재심까지 거쳤지만 결정이 번복되지 않으면서 중국은 자존심을 구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 증시 상장이 막힌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베이징 증권거래소 설립에도 나섰다. 기술력을 지닌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추진 계획을 밝힌 지 두 달여 만인 지난달 15일 거래소가 개장됐다.
이 같은 자본시장 확대 조치는 중국 정부의 자신감 표출로도 해석된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중국 외국인 투자는 81% 급증했으며 올해도 9월 말까지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8,595억 위안(약 15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압박 또한 미중 디커플링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앞으로 중국 정부가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회사인지 여부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미 의회에서 통과된 ‘외국회사문책법’의 세부 규칙으로 미국의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감찰을 3년 연속 거부하는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미 증시에 상장된 모든 외국 기업이 대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미 언론은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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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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