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로소득 환수해 양극화 해소한다지만 사유재산제도의 인정과 정면으로 배치
▶ 기존 조세법들 줄줄이 위헌 판결 받아…부동산 실효세율 0.17%서 1%까지 올려, 국민 어려움 가중시켜 조세저항 부를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본소득 재원으로 제시한 국토보유세에 대한 입장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국토보유세 강행을 외친 후 “국민이 반대하면 할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최근 또다시 강행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에 따라 강행과 후퇴를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보유한 국민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아직 도입되지 않은 세목이라 전국 토지에 부과할 것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모습이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만약 국토보유세를 새로 도입한다면 토지에 매기는 세목은 기존의 재산세와 종부세에 국토보유세가 추가돼 재산세와 종부세에 이어 또 한번 이중과세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 공공성 고려한다지만 자본주의 훼손국토보유세를 매기겠다는 생각의 뿌리는 19세기 정치경제학자인 헨리 조지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 Poverty)’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조지는 사회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토지 사유화에서 찾았다. 그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정부가 지대를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가 주장하는 ‘지공주의(Geoism)’는 ‘모든 사람은 토지에 관한 한 권리를 평등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상이다. 자본주의가 토지와 자본의 사유를 인정한다면 지공주의는 자본의 사유는 인정하지만 토지는 공공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토지를 포함한 모든 재산의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는 공산주의를 배제하는 것이 차이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지가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에서 주장하는 지오이즘이 현대의 경제 환경과 자본주의 원리에 부합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토지공개념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지공주의는 사회는 끊임없는 경제적 진화를 이루지만 극심한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원인이 토지사유제라는 데 착안하고 있다. 그리고 실물자산인 토지 가격이 궁극적으로 하락하지 않는 것은 토지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론적 기반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현재 유한한 토지의 개념에서 확장 가능한 공간의 개념으로 옮겨줄 현대 토목 및 건축 기술의 발전과 토지의 특수한 성격을 감안하면 낡은 이론에 불과하다. 특히 사유재산을 인정함으로써 얻어지는 자본주의 구성원들의 동기부여와 이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고려한다면 지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중간 정도 되는 위치를 점한 지오이즘은 현재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힘들다. 현대의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초기에 발생했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또 소득 불평등이나 독점 기업의 폐해를 방지하려는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하기 위해 자유방임주의적 경쟁자본주의에서 국가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정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이뤄졌다.
이 같은 자본주의의 변화에 대한 노력은 복지 문제와 토지 등 부동산으로 인한 소위 불로소득에 대한 국가의 개입권을 인정함으로써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택지로 사용 가능한 토지의 면적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이에 대한 세제와 금융의 개입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잦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토지초과이득세·택지소유상한제·개발이익환수제 같은 소위 토지 공개념 3법은 법안 통과에 어려움을 겪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헌법 불합치 과정을 거쳐 결국 위헌 판결을 받았고 택지소유상한제도 위헌 판결이 났으며 개발이익환수제는 아직 살아 있지만 부과, 한시적 면제, 면제 기간 연장 등을 거치면서 고초를 겪었다.
이처럼 토지공개념을 기초로 생성된 제도는 결국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라졌던 역사적 경험이 있다. 이는 토지공개념이 토지의 공공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자본주의의 기본 이념인 사유제산 제도 인정에 치명적으로 부합되지 않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세 종부세와 동일한 세목 옥상옥 우려국토보유세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 현행 세법에서 토지 보유에 과세하는 세목은 재산세와 종부세다. 재산세는 토지·건축물·주택·항공기 및 선박을 과세 대상으로 하며 종부세는 토지와 주택이 과세 대상이다.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세 대상이 동일해 이중과세를 조정해주는 상황에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한다면 국토보유세의 과세 대상은 토지인 만큼 이중과세 조정 구조는 더욱 복잡해진다. 만약 종부세를 폐지하고 국토보유세를 신설하더라도 이중과세 논란은 피할 수 없으며, 이러한 상황은 국토보유세 신설과 관련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재산세와 종부세가 공존하는 상황에서도 과세 대상이 동일한 종부세를 신설해놓고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것은 우리 세법상 존재하는 기타 이중과세 조정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면 외국납부세액공제 등은 국가의 과세관할권이 달라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중과세 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토지에 과세하고 이와 유사한 성격의 재산세나 종부세와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것은 과세 대상이 완전히 동일한 세목을 의도적으로 신설해놓고 다시 이중과세를 조정한다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결국 다른 유형의 이중과세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이중과세라 현재 종부세가 가진 이중과세의 성격과 동일한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둘째, 국토보유세의 구체적인 모습은 아직 드러나지 않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완전히 분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토보유세가 도입되면 토지를 보유한 자에게 토지 공시지가에 면적을 곱하고 여기에 일정한 세율을 곱해 산출한 세액을 징수할 것이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다. 이 산식에서 토지공시지가·면적이라는 항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언뜻 생각하면 토지 소유자의 면적이 넓을수록 세금을 많이 납부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현대 건축 기술의 발달로 용적율이 높아져 토지 면적이 좁더라도 공간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사람이 보유한 토지의 면적이 반드시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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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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