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식 뉴삼성, 대결 대신 동맹…정의선 만나 전고체 배터리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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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등이거나 곧 1등이 될 만한 사업을 골라내고 선택한 사업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투자를 집행해 기술과 서비스의 초격차를 만들어낸다.’
지난 2014년부터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뉴 삼성’의 최우선 가치로 만들었다. 그 결과 삼성은 과거에는 금기시됐던 라이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체결도 거리낌 없이 추진하며 실질적인 사업 경쟁력 향상이라는 고지를 점하게 됐다. ‘1등의 함정’에서 벗어나 경쟁사와도 과감하게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최근 디스플레이와 에너지·전장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주요 대기업들과 협력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다.
협력 대상으로 거론되거나 공표된 기업들은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곳들이다.
그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업은 LG디스플레이다. 이곳은 한때 LG그룹의 자존심을 걸고 삼성디스플레이(옛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우위 논쟁을 벌였던 곳이다. 그러나 수개월 전부터 증권가에서는 조만간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제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한 TV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양사의 동맹은 과거 형사재판까지 흘러갔던 삼성·LG그룹 간의 기술 유출 논쟁을 고려하면 파격 그 자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을 받는 OLED 시장을 두고 삼성과 LG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대결을 거듭했다. 소형 OLED를 중심으로 시장을 키웠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색과 빛을 내는 유기 발광 입자를 패널에 증착하는 이른바 ‘RGB OLED’ 방식을 선택해 기술 고도화를 꾀했다.
반면 그 당시 삼성에 비해 중소형 OLED 출발이 늦었던 LG디스플레이는 역전을 위해 TV 등에 들어가는 대형 OLED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스스로 빛을 내는 백색(W) OLED에 빛의 3원색 컬러필터를 넣는 ‘WOLED’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비판하고 각자 더 뛰어난 기술을 보유했다는 마케팅도 치열했다.
그러나 빠르게 한국을 따라오는 중국 기업들을 감안해 삼성과 LG는 대결 대신 협력을 택했다. 동맹이 체결될 경우 프리미엄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는 삼성전자도,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LG디스플레이도 모두 윈윈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글로벌 TV 시장 1위로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고도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1위 수성을 위한 최적의 길을 찾으려는 이재용식 뉴 삼성이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7월 삼성전자가 친환경 에너지 발전 분야의 강자인 한화큐셀과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긍정적인 협력 사례로 꼽힌다. 미국 주거용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 1위(2020년 기준 24.8%)인 한화큐셀은 엄격한 품질관리를 바탕으로 고효율 태양광 모듈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까운 미래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제로 에너지 홈’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협력을 적극 추진한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 대한 자체 연구개발(R&D)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최고와의 협력을 통해 단기간에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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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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