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대 재외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한인들의 소중한 표 일부가 무효표로 처리된다. 후보 단일화로 인해 안철수(국민의당) 또는 김동연(새로운물결) 후보를 찍은 표는 사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오는 9일 선거가 실시되지만 재외선거는 이보다 2주 앞서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6일간 실시됐다. 투표용지에는 대선후보 14명의 이름이 인쇄돼 있었으며 이 가운데 한명을 선택해 투표했다. 그러나 재외투표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로 인한 안철수, 김동연 후보의 사퇴로 일부가 무효표로 버려지게 됐다.
멀리 외국에 살고 있지만 재외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다소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버지니아 재외투표소의 경우 멀리 노스캐롤라이나에서 5시간 넘게 운전해서 온 사람도 있었다.
재외투표를 앞두고 혹시나 하는 우려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해 문의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보다 일찍 시작되는 재외선거는 사실 한국 정치권의 관심 밖 이슈일 뿐이다. 재외투표 일부가 무효표로 처리되더라도 별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그들에게 16만 명밖에 안 되는 재외유권자는 무시하고 외면해도 되는 대상일 뿐이다.
이에 분개하며 누군가 ‘재외국민 투표 종료 이후 사퇴를 제한하는 안철수법 제정해 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발표된 3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이 청원서는 ‘재외투표자 중에는 버스나 기차, 비행기까지 타고 투표장에 가는 분도 많다. 그런데 유권자들의 이러한 진심을 두 후보는 무참히 짓밟았다’며 ‘투표를 끝낸 뒤 후보 사퇴로 인한 무효표 처리는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자 대한민국 선거판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안철수나 김동연 후보를 선택한 재외투표는 모두 무효표로 처리된다.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나름의 소신을 갖고 이들에게 투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고 불쾌하고 황망할 뿐이다. 이는 민주주의 근본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이자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행위다.
어려운 길 마다않고 달려와 모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한 재외국민들의 진심이 짓밟혔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할 뿐이다.
건물이 무너져도 어쩔 수 없다. 배가 가라앉아도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 문제가 생기면 항상 어쩔 수 없다는 변명뿐이다. 과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한국 사람들의 인내심은 참으로 대단하다.
<
유제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