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검찰 독립위해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朴 “시기상조”
▶ 검찰 예산 독립 두고도 박범계 “특활비 투명성 담보돼야” 부정 입장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를 취소한 것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둘러싼 윤석열 당선인과 현 정권의 의견 충돌 때문이다.
수사지휘권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가 근거다.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한 차례(2005년)만 발동될 만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됐으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두 차례, 박범계 장관이 한 차례 행사하는 등 문재인 정부에서만 3번 발동됐다.
검찰총장 재직 시절 추 전 장관으로부터 두 차례 수사 지휘를 받았고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인가 아닌가'라는 논란까지 벌어졌던 터라 윤 당선인은 검찰 독립성 확보를 위해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세웠다.
그러나 박 장관은 이 같은 윤 당선인의 공약을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는 지난 1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사지휘권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 일선의 결정이나 수사 결과를 검증할 방법도 없고,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사지휘권 폐지는 검찰청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2년여 남은 다음 총선에서 여소야대 지형을 바꾸지 않는 한 여당의 의지만으로 공약 실현은 어렵다.
이에 인수위에서는 수사지휘권 제한적 행사 요건을 명시하는 훈령을 제정하거나 기존 법무부 훈령에 일부 조항을 추가해 수사지휘권 행사를 엄격하게 하도록 규정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상징적으로나마 절차적 제한을 만든 뒤 국회에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해 최종 법을 개정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법 개정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훈령은 이후 정권에서 언제든지 무력화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내세운 검찰 예산 독립 공약도 충돌 지점이다.
현재 검찰청 예산은 정부 수립 이래 70여 년간 법무부 소관 예산에 통합해 편성하고 있다.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등을 근거로 한다.
윤 당선인은 이 역시 검찰 독립을 위해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관세청과 경찰청을 포함한 17개 외청 중 예산을 개별 편성하지 않고 주무 부처 예산에 통합하는 곳은 검찰청뿐이다.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 때를 비롯해 검찰 예산 분리 요구는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됐으나 민주당과 법무부의 반대에 부딪혀 실행되지 않았다.
역대 국회에서는 국가재정법상 검찰청도 중앙관서에 해당해 예산을 독립해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검찰이 예산 편성권을 가지면 검찰총장이 국회에 직접 나가야 하는데, 이 경우 국회와 검찰의 유착이 우려된다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박 장관은 지난 14일 검찰 예산 독립안에 대해 "특수활동비(특활비) 문제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최근 대검찰청은 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수사지휘권 폐지, 예산 편성권 독립에 찬성하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양 기관의 입장이 엇갈리자 인수위는 두 기관으로부터 동시에 업무보고를 받아온 그간의 관례를 깨고 따로따로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법무부가 대검 의견을 취합·정리해 보고하면 대검의 의견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박 장관은 업무보고를 하루 앞둔 23일에도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아직 필요하다"며 윤 당선인 공약에 거듭 '태클'을 걸었다.
이에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이날 오전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격 유예하고, 대검 업무보고만 진행했다.
업무보고 취소 소식을 들은 박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연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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