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디지털’ 국정과제 세팅 속도…安 “나무 말고 숲 보는 인수위” 당부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한국시간)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주말 분과별 인수위원·전문위원·실무위원 등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워크숍을 열었다.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인수위가 공식 출범한 뒤로 184명 구성원 전원이 참석 대상인 첫 번째 자리다. 워크숍은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콘퍼런스홀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코로나 확진으로 불참했다.
워크숍은 오는 30일 분과별로 마련한 국정 과제 후보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열렸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나아가 디지털 강국을 국정 운영에 중심으로 두는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윤 당선인은 이날 드레스 코드인 '캐주얼'에 맞춰 '노타이'로 연단에 섰다.
윤 당선인은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실용주의이고 국민의 이익"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국정 과제를 세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크숍의 취지에 대해 "제일 중요한 것이 경제이고, 우리 산업구조를 더 첨단화·고도화시켜나가야 하는 책무를 다음 정부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안 위원장은 "이전 정부와 똑같은 길을 간다면 결국은 그 결과도 똑같을 수밖에 없다"며 국정과제 선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거시경제와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2개의 공개 강연이 이어졌다.
김형태 김앤장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글로벌 거시경제 변화와 한국 경제의 대응 방안'에 대해, 배순민 KT융합기술원 연구소장이 '인공지능(AI)에서 메타버스까지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각각 강연했다.
윤 당선인은 당초 인사말을 한 뒤로 행사장을 떠날 예정이었으나, 즉석에서 김 이코노미스트의 강연까지 들으며 자리를 지켰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 인플레이션 잡기 ▲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 ▲ 중국 경제에 의존하지 말기 ▲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와 2위인 삼성전자 간 격차 줄이기 ▲ 국가·가계부채 관리 ▲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편입 등의 과제를 제언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가 없기 때문"이라며 "성장을 못 해도 국민은 용서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못 잡으면 국민이 용서를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랍의 봄도 그렇고 민주화 운동이라고 하지만 아니다. 물가가 오르고 식료품이 올라서"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중간선거에서 100% 진다고 생각하는 게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처를 잘하는 게 중국이다. 중국은 성장을 포기하고 물가를 잡는 데 올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 및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상관관계 등을 분석하며 "표현이 좀 그렇지만 우리나라 3천년 역사를 봤을 때 중국이 잘 됐을 때 한국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좋든 싫든 역사의 동북공정이 아니라 경제의 동북공정이 중국이 의도해서든 아니든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만 TSMC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2020년부터 추월하기 시작했고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 옛날엔 삼성전자가 없으면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굳이 삼성 없더라도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는 강연 뒤 질의응답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를 공개 거론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인수위 의견인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김 이코노미스트)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배순민 소장은 두 번째 강연에서 AI 기술 발전의 추이를 짚은 뒤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다. 점점 우리 생활의 중심에 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연 이후 마이크를 잡은 IT 전문가 출신인 안철수 위원장이 배 소장에게 "간단한 질문 두 가지를 드린다"고 하자 행사장 일대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P2E(돈 벌 수 있는 게임)에 대해 "메타버스와 가상 자산이 합쳐져서 생긴 새로운 영역"이라며 관련 의견을 물었다.
배 소장은 "이제 우리 삶을 로봇이나 AI가 대체하면 남는 것은 재미와 건강"이라며 "우리나라에는 '놀면 안 된다'라는 DNA가 있다. 놀기 때문에 돈 버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오히려 권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강연이 끝난 뒤로는 분과별 비공개 자유 토론이 진행됐다.
경제1분과는 대내외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 방식을, 경제2분과는 '시장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는 경제'를 주제로 데이터와 팩트에 기반한 정부, 산업의 역동성이 살아나는 경제 등에 대해 토론했다.
외교안보분과는 '경제안보'를 주제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이를 위해 주요국과 협력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무사법행정분과는 '무너진 정의와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인재 양성', '과학기술전략 컨트롤 타워 구축'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기획조정분과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정과제 선정과 성숙한 대 의회 관계 필요성을,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등을 논의했다.
안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부처 보고나 국정과제 도출 과정에서 해당 분야만을 보기보다는 국가 운영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며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인수위 활동을 하자"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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