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감염 따른 연기 발표됐음에도 관영매체 사설로 경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로이터=사진제공]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당초 10일로 예정했던 대만 방문 계획을 연기했지만 중국은 그의 대만행을 포기시키기 위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대외 강경 입장을 대변해온 관영 환구시보는 9일자 사설에서 "중요한 것은 연기가 아니라 반드시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엄중 경고한 것처럼 만약 미국 측이 고집대로 행동하면 중국 측은 반드시 결연히 맞대응할 것이며, 모든 결과는 미국 측이 책임져야 한다"고 썼다.
사설은 "막 감염된 코로나19보다 그(펠로시)의 반(反)중국 편집증을 치료할 필요가 더 큰지도 모르겠다"며 "병적으로 중국에 반대하고 레드라인을 건드리는 자는 결코 영웅이 아니라 역사의 죄인이며, 반드시 무자비한 징벌을 받는다는 것은 시간이 증명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성사되면 중·미관계의 안정에 강렬한 타격을 주고, 대만해협의 평화를 파괴할 것"이라며 중국의 '레드라인'이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8일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성사되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입증하는 차원에서 대만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7일 에마뉘엘 본 프랑스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면서 대만 문제에서 공공연히 '하나의 중국' 레드라인을 밟는다"며 "한 국가의 정계 요인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중국 주권에 대한 악의적인 도발이자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말했다.
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그(펠로시)가 해야 할 일은 방문을 미루는 게 아니라 즉각 방문을 취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이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미국 입법부의 수장이자 대통령·부통령에 이은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라는 펠로시의 무게감에 더해 그가 '여당 인사'라는 점을 감안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정부 인사는 아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출신인 그의 대만 방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암묵적 동의 없이 이뤄지기 어렵고, 바이든 대통령이 뜻이 있다면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측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뉴트 깅그리치도 현직 하원의장 신분으로 대만을 방문했지만 당시는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 때로, 깅그리치는 당시 야당(공화당) 출신 하원의장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미중 관계의 1차 '마지노선'을 설정한 것일 수 있어 보인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올해 하반기 당 대회를 앞두고 미중 관계를 포함한 대외 관계의 안정을 원하지만 펠로시의 대만행은 고강도 반격이 불가피한 '도발'이자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의 속내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규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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