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막 접어든 우크라 전쟁
친러 돈바스 전역 장악 목표, 러 병력 재배치·사령관 임명
▶ 민간인 300여명 사상속 확전, 서방 군사·재정 보조 줄이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지난 9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시내를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기차역 공격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을 주 무대로 하는 전쟁 ‘2막’의 포성을 울렸다. 러시아군은 동부 지역 기차역에 대한 미사일 공습으로 수백 명의 민간인 사상을 초래한 데 이어 개전 후 처음으로 야전사령관을 임명하며 동부 총공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앞서 수도 키이우 방어전에서 우크라이나의 선전이 돋보였던 것과 달리 돈바스(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 지역의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주말 사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잇따라 키이우를 방문해 지원을 약속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언론 브리핑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북부 등 각지에 주둔했던 병력을 동부·남부 지역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가 침공 당시의 85%인 현재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6만 명 이상의 예비군 동원을 시작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의 향후 목표는 친러 반군이 주둔하는 돈바스 지역 장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주 북부의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며 ‘동부 총공세’의 신호탄을 쐈다. 기차역 공격으로 사상한 이들은 3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외신들은 동부를 주 전선으로 하는 앞으로의 전쟁이 대규모 전력을 수반한 전면전으로 확전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9일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은 숲이 많아 우크라이나군이 무기를 숨기며 게릴라 작전을 펴기에 용이했던 반면 평지인 동부에서는 탱크·전투기 등이 동원되는 ‘대규모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이 개전 이후 처음으로 전쟁을 통솔할 야전사령관을 임명했다는 사실도 확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야전사령관은 러시아군 남부군관구 사령관인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장군으로 러시아가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을 당시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초래하는 방식으로 정부군의 약세를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쟁 국면이 바뀌었다는 지적 속에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 단거리 방어용 무기를 주로 지원해온 데서 벗어나 공격용 및 장거리 방어용 무기 지원에 속속 나서고 있는 것이다. 먼저 체코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 중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으며 슬로바키아도 소련제 S-300 대공미사일을 제공했다. WP는 “개전 초 서방은 짧은 훈련으로도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무기를 보내는 데 집중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전쟁 능력이 입증되고 (러시아 병력 재배치로) 시간이 생기자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의 비인도주의적 공격이 잇따르면서 서방의 지원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기차역 공격을 “끔찍한 잔학행위”라고 비판하며 “우크라이나가 나라를 지킬 수 있도록 안보 지원과 무기 수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영국 총리는 9일 주요 7개국(G7)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키이우를 방문해 1억 파운드(약 1600억 원)의 군사 및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는 장갑차 120대와 대함미사일 등이 포함된다. 폰데라이엔 집행위원장 역시 키이우를 찾아 우크라이나의 2월 말 EU 가입 신청과 관련해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의 위협에 맞선 서방의 경계도 한층 삼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접한 동유럽 회원국에 나토 병력을 영구 주둔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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