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서 식량난 심각
▶ 온라인은 칭링 포기파와 옹호파 양분, 시 “중국 방역은 금메달감” 자화자찬
최근 중국 상하이 시민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사진 한 장이 중국인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사진에는 상하이 내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 발코니에 자신의 냉장고를 보란 듯 전시해두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문을 활짝 열어 놓은 냉장고 속은 음식물 하나 없이 텅텅 비어 있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이 사진에 “소리 없는 고함”이라는 제목까지 달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따른 정부의 ‘도시 봉쇄’에 ‘연명할’ 식량조차 없다는 상하이시 당국을 향한 ‘냉장고 시위’였다.
상하이의 코로나19 상황은 연일 최악이다. 지난달 26일까지 2,000명대에 머물렀던 신규 확진자는 하루 만에 3,500여 명으로 늘었고, 도시 봉쇄에 들어간 뒤에도 매일 2,000~3,000명씩 늘더니 이달 8일에는 2만3,724명을 기록했다. 현재로선 ‘정점’을 예상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당초 8일간 예정됐던 봉쇄가 장기화하자 상하이에선 감염에 대한 두려움보다 “이러다 굶어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주민 대부분의 외출이 금지되면서 물을 포함한 식료품을 배달에 의존하고 있지만, 배달 업체들은 폭증한 주문량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주요 관영 매체들은 주변 대도시들이 상하이에 식료품을 긴급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 식료품이 2,600만 상하이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한 주민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살면서 배고픔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라고 현지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또 다른 시민은 “(배달 서비스) 앱을 보니 야채가 이미 품절됐다. 사냥에 실패한 아프리카 초원 속 사자의 마음을 알겠다”고 낙담했다. 젊은 주민들이야 배달 서비스 앱이라도 사용해 연명하지, 이조차 익숙지 않은 독거 노인들은 사실상 방치되어 있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세계 물류를 주름잡는 ‘중국의 경제 수도’라는 상하이가 마주한 현실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칭링·淸零)’ 정책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자초하는 지경에 이르자, 중국 온라인 여론은 “칭링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칭링 포기파’와 “살길은 오로지 칭링뿐”이라는 ‘옹호파’로 양분됐다고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칭링 포기론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자체보다 이를 막겠다는 예방 조치인 봉쇄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왕지에라는 이름의 한 네티즌은 SCMP에 “상하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대다수가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스스로 회복했으며, 상하이의 의료 자원도 사실상 고갈됐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은 데다, 어차피 의료 시스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봉쇄’ 조치에 더 이상 의미를 두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칭링 옹호론자인 신디 션은 “위드 코로나 자체는 쉽다. 하지만 국경을 열고 방역을 포기하는 순간 중국 의료 시스템은 곧바로 붕괴할 것”이라고 반론했다. 14억 인구를 감당할 의료시스템이 부족한 것은 물론 백신 접종조차 하지 않은 기저질환자가 수천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칭링을 포기하는 것은 자살 행위라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기존 방역 정책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분명히 하고 나섰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패럴림픽 표창 행사 연설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안전한 올림픽 개최를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했던 외국 선수들이 말했듯이 전염병 방역 금메달이 있다면 중국은 받을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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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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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던 개와 고양이를 잡아 먹게 생겼네. 더러운 족속들…. 하나라도 더 죽어야 지구에 도움이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