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시대 선도자 전성기 2천개까지 확장
▶ 월마트·아마존에 휘청, 3곳만 남아 명맥 유지
“눈앞에서 역사가 흘러가네요. 돈 없던 젊은 시절 샤핑하기 좋은 곳이었는데…. 막상 사라지는 것을 보려니 조금은 슬픕니다.”
뉴저지주 애비넬에 있는 K마트 앞에서 트럭운전사인 마이크는 이같이 추억을 떠올렸다고 AP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1962년 처음 문을 연 K마트는 한때 전국에 2,000개 매장을 거느리며 미국 소비문화를 주름잡는 아이콘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월마트, 타깃 등 경쟁사에 밀리기 시작하다 온라인 유통 공룡인 아마존의 등장으로 결정타를 맞아 이제는 60년 역사를 뒤로한 채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애비넬 매장이 16일 문을 닫으면 미국에 남은 K마트는 단 세 개가 된다. 폐점 세일에 들어간 애비넬 매장 직원들도 아쉬움이 크다. 계산원인 미셸은 “수많은 사람이 여기서 장을 봤다”면서 “이 장소가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K마트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 예약 구매 제도 등으로 미국인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며 창고형 대형마트 시대를 열었다. 특히 매장 한복판에서 파란 사이렌을 울리며 즉석 할인 상품을 풀어놓는 ‘블루 라이트 스페셜’은 K마트의 상징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K마트의 진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식료품, 장난감, 운동용품, 문구류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자동차 정비소, 매장 내 식당 등을 겸비한 생활 공간으로 변모했다. 미국 유통업 역사를 다뤄온 작가인 마이클 리시키는 “K마트는 미국의 일부였다”면서 “이곳은 단순한 샤핑 공간을 넘어 사회적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K마트는 조금씩, 꾸준히 쇠락해 갔다. 동시대 경쟁사였던 월마트가 파격적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K마트는 매출 하락에 시달렸고, 소비자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 타깃에도 밀리기 시작했다.
K마트는 2002년 초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250여개 매장 폐쇄를 발표하며 최후의 자구책을 꺼내들었고, 몇년 뒤 헤지펀드 투자자 에드워드 램퍼트가 ‘과거 영광을 되살리겠다’며 구원투수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아마존이라는 온라인 유통 공룡이 등장해 업계를 뒤흔들며 오프라인 매장을 집어삼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램퍼트는 K마트를 백화점 체인 시어스와 합병했는데, 이마저도 2018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K마트는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램퍼트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도 일었다. 캐나다 시어스 최고경영자(CEO)였던 마크 코언은 “월마트와 저가 경쟁을 하는 건 어리석었다”면서 “램퍼트는 유통업계 이력이 없으며, K마트와 시어스의 몸값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때 미국에만 수천개 지점을 거느렸던 시어스도 현재 몇 안 되는 곳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는 처지다. K마트가 사라진 자리에는 헬스장, 자동차 영화관, 다른 대형마트 등이 들어서며 세월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LA에서도 그로브 몰 건너편 3가와 페어팩스에 있던 K마트 매장이 문을 닫은지 오래다.
애비넬 주민인 짐은 “이 동네에서 평생을 살아서 조금은 그 시절이 그립다”면서도 “하지만 또 다른 대형 매장이 문을 닫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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