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17대 대통령에 당선돼 이달 30일 취임하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선 기간 불거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롤(Trollㆍ인터넷상의 선동 공작 세력)’ 활용 의혹이 사실이라고 뒤늦게 시인했다. 대선 승리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스캔들이지만, 그의 고백이 사법처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현지의 중론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 역시 같은 전략으로 권력을 차지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필스타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마르코스 당선자는 최근 지지자들과 만나 “나는 대선 승리를 위해 사람들이 ‘SNS 트롤’이라고 부르는 수천 명의 인원을 고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SNS 트롤 고용 이유에 대해선 “ABS-CBN, 채널7, 인과이어러, 필스타 등 필리핀 주류 언론이 나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고, 심지어 래플러는 항상 나를 공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선친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독재 시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ABS-CBN 등 민주진영 언론의 비협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SNS를 통한 선거운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든 것이다.
마르코스 당선자의 이 같은 고백은 필리핀이 SNS 트롤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갖추지 못했기에 가능했다. 필리핀 의회는 지난 대선 때 대선후보들을 겨냥한 가짜뉴스 유포 행위 등을 처벌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승인하지 않았다. 2016년 대선에서 최소 1,250만 건의 악의적 가짜뉴스를 생성ㆍ유포한 혐의를 받았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그것 역시 선거의 일환”이라고 눙쳤다.
마르코스발 가짜뉴스에 시달린 경쟁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득표율 2위인 레니 로브레도 전 후보 측은 “부조리한 필리핀을 하루빨리 개조해야 한다”고 크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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