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한스크·도네츠크인민공화국 광장…대사관들 “새 이름 안 써”
러시아가 모스크바 주재 영국대사관과 미국대사관 주변 도로명을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 점령지의 이름으로 교체했다.
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모스크바시 당국은 영국대사관 앞 도로에 '루한스크인민공화국 광장'이라는 새 이름을 부여했다. 전날 '스몰렌스카야 제방'이라고 적힌 기존 도로명 간판을 떼어내고 새것으로 바꿔 달았다.
WP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 인근 교차로 이름 역시 최근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광장'으로 교체됐다고 전했다.
루한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은 해당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이 우크라이나에서의 분리독립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지은 이름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두 곳의 '해방'에 둔 바 있다. 현재 러시아군은 루한스크를 장악한 채 도네츠크 점령을 위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번 조처에 따라 두 대사관의 주소 역시 새 도로명으로 바뀌게 됐지만, 영국대사관은 개명된 주소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사관 측은 성명을 통해 "영국 정부는 이른바 루한스크·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도로 개명은 해당 지역 당국 소관이지만, 우리는 예전 주소를 계속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로명 교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영국 정부의 행보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대사관 역시 홈페이지에 기존 도로명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WP에 따르면 재외공관 밖 거리 이름을 바꾸는 방식으로 자국의 정치적 주장을 펼치거나 특정 국가의 심기를 건드리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냉전 시대였던 1980년대 미국은 러시아 대사관저 앞 지역에 러시아 인권 운동가이자 반체제 인사였던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이름을 붙였다.
현재 워싱턴DC 주재 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 주소에는 '자말 카슈끄지'라는 도로명이 들어간다. 자말 카슈끄지는 2018년 암살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이다.
캐나다, 체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지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영사관 주변 도로명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항의하는 뜻으로 최근 몇 달 새 모두 바뀌었다고 WP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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