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년째 연례 행사가 된 블루크랩 파티(Blue Crab Party)를 부모없는 동생네 자식(조카들)들과 함께 큰아버지인 내 집에서 어제 조촐하게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가을 탓이련가? 일년 내내 화창한 날씨가 며칠 사이 비를 포함해 좀 우중충한 날씨였는데 어제까지 같은 날씨라 패티오(Patio)에서 집안으로 옮겨 모든 걸 하기로 했다. 좀 비좁기는 했지만 오히려 가족들이 정신적 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부딛히며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들의 크랩 먹는 모습이며 거의 모든 언행들이 그들 애비(필자의 동생)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여 마치 그의 환생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주로 그전 즐거웠었던 추억담으로 서너 시간을 시간가는 줄 모르며 보냈다.
필자가 서부로 온지 벌써 6년의 세월이 지났고 3년 전부터 매년 10월(여름보다 크랩 육질이 더욱 풍성하단다)에 메릴랜드 체사픽에서 주문해 즐긴다. 지금은 고인이 된 블루 크랩 애호가였던 옛 친구 한 명이 볼티모어를 죽어도 못 떠나겠노라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른다. 그 친구가 저세상에서 가끔 우주간 UPS 속달 편으로 크랩을 주문해 아직도 즐기고 있을 것만 같다.
어디 크랩 맛뿐이겠는가? 크랩을 에워싼 인간관계의 모든 애환이 거기에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살아 있기에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가볼 수 있는 곳이라 얼마나 다행인가! 살아 있다곤 하지만 지척에 있으면서도 갈 수 없는 실향민들의 아픈 사연을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강원도 고성이라는 북과 가장 가까운 동네, 그곳은 북에 속한 북 고성과 남에 속한 남 고성, 마치 조국의 남과 북의 축소판인 것 같은 곳이다. 천혜의 장관, 설악산과 금강산이 지척에 있건만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저 건너편 북 고성에 계실 부친의 생사조차 모르는 세살 박이 아들이 환갑을 훨씬 넘은 노인장이 된 60여 년 동안 가슴에 박힌 설움이 어떠했을까?
그 그리움과 연민의 정을 그들은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새들을 한껏 부러워할 뿐 다른 방도가 없음에 그저 안타까운 탄식뿐이다.
행복의 조건, 주어진 오늘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는 말을 수없이 듣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그렇지 못한 이들을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만 있다면 작으나마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조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서너 시간 지켜 본 필자는 먹지 않아도 배부른 식으로 배부른 듯, 즐거웠던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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