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절정에 다다른 지난달 26일, 센터빌의 와싱톤 중앙장로교회에서 대형버스에 관광객을 가득 태워 메릴랜드 주 컴버랜드에 내렸다. 기차를 타고 10마일 조금 넘는 프로스트버그(Frostburg)까지 1시간 반 동안 황홀한 단풍을 감상했다.
관광안내문엔 "유서 깊은 디젤 전기 기관차를 타고"라고 했는데 소리도 디젤 기관차가 아니고 전기기관차도 아니고 옛날 시커멓고 무섭게 생긴 증기 기관차 소리 같았다. 우리가 탄 객차 위로 석탄을 태워 내뿜는 연기가 뒤로 날리는 게 보이고 기차에 비하면 제비만한 자전거가 물찬 제비처럼 우리 옆을 달렸다. 공동묘지 옆 좋은 자리에 사진사들이 삼각대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기다렸다가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오는 진기한 기관차를 찍었다고 좋아서 두 팔을 벌리고 기뻐하는걸 보니 앞에 기관차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도 훗날 나도 가서 찍고 싶다.
10마일 즉 16km를 1시간 30분 걸려 프로스트버그에 도착해서 우리 모두 내렸다. 나는 무리에서 이탈해 기관차 앞에 달려와 보니 60여 년 전 사라진 증기 기관차였다. 석탄을 태워 물을 끓여 발생한 증기로 기계를 돌려, 길어야 7량 정도 열차를 끌고 칙칙폭폭 꽥꽤엑 소리도 시끄럽고 무섭게 생긴데다 바퀴가 돌면 긴팔이 앞뒤로 힘차게 왔다 갔다 하던 남성다운 괴물을 다시 보니 옛날이 새로웠다. 관광 안내지에 쓰여 있는 디젤 전기 기관차와는 거리가 멀다.
역사 이전에 멸종된 공룡처럼 무지막지하게 생겼으나 파워가 약해 많아야 7량 정도 열차를 끌고 다녔던 증기 기관차는 한 60여 년 전 공룡의 전철을 밟아 없어졌다. 간혹 박물관에 열차 꼬리도 없고 휘날리는 검은 연기도 없이 머리만 전시하고 있는 죽은 옛날 기차는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생동감을 주지 못 하는데 우리는 시커먼 연기를 내뿜고 하얀 증기를 뿜어 긴 꼬리를 이루며 달리는 살아 있는 옛날 기차를 타고 또 본 것이 단풍을 본 것보다 더 값지다.
<빌리 우 / 스털링,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