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한국 상차림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음식이며 채소절임 단계에 해당하는 중국의 파오차이(泡菜)와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한국시간)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동북아역사 리포트'에 실은 글 '음식도 발효를, 생각도 발효를'에서 채소절임 단계와 김치가 분화되는 과정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인류는 오래전부터 남는 식재료를 저장하기 위해 염장을 시작했다.
혹한기에 채소를 장기간 보관해 두고 필요할 때 먹고자 부패를 막는 효과가 큰 소금에 절여둔 것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던 '원시형 절임'은 인류 보편적인 문화였다고 박 책임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1∼3세기부터 발효 문화가 형성되면서 절임 원료나 방식이 달라졌다.
박 책임연구원은 "발효 절임 시기부터 중국과 한국은 각자의 노선을 걸었다. 중국에서는 발효 기술이 적용된 식초, 술 등을 활용한 방법 위주로 발달했고 한국은 소금과 장(醬)을 절임 원료(절임원)로 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옛 문헌에도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차이가 분명히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중국 최초의 농서로 알려진 '제민요술'(齊民要術) 등을 보면 중국에서는 채소절임을 만들 때 식초, 술, 술지게미 등의 재료를 쓴 것으로 파악되나 고대 한국의 채소절임에는 이를 활용한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한국의 절임원이 전혀 다르기에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국이 후한(後漢) 말기에 채소절임 기술을 우리나라에 전해 줬다는 주장도 입증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파오차이는 채소절임 단계에 머물렀다"며 일부 중국인이 주장하는 '김치 종주국' 설에 선을 그었다.
박 책임연구원은 한국 김치의 독자성은 젓갈과 각종 향신 채소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그는 "김치는 동물성 발효식품인 젓갈을 사용해 짠맛, 신맛 외에 '맛있는 맛'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며 "동물성 감칠맛을 가미(加味)하고 맛과 영양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면서 독자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발효 절임에 '맛'을 더한 방식은 한국의 식문화에 적합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중국은 절임 채소를 다시 볶거나 요리 재료로 활용하기에 조리 단계에서 맛을 더할 수 있지만, 한국은 채소 절임을 조리하지 않고 반찬으로 바로 먹기에 그 자체로 완성된 맛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별도로 가열하거나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완결된 맛을 지닌 김치는 한국 상차림에 최적화된 음식"이라며 김치의 독자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 사이의 '문화 갈등' 요소로 꼽히는 '김치 종주국' 논란과 관련, "단지 음식 문화, 역사 논쟁에 국한된 게 아니다"며 "역사적 근거에 기반한 김치의 변천 과정을 확고히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소절임의 계보와 김치의 분화 과정을 설명한 표 보고서 내용 일부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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