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여 전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파양된 뒤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여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인이 한국정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은 세살 때 입양됐다가 심한 학대와 무관심 속에 시민권을 얻지 못하고 2016년 강제추방된 애덤 크랩서(48·신송혁)씨에게 홀트아동복지회가 배상금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외 입양인이 알선기관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해 승소하기는 처음이다. 다만 재판부는 복지회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한편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나의 이름은 신성혁’이라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크랩서씨의 사연은 ‘고아 수출국’ 한국에서 요즘 심심찮게 접하는 스토리다. 미국 입양 당시 방문비자(IR-4)로 입국한 아이들은 18세 이전에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해야하는데 양부모의 무관심이나 이혼, 또는 파양 등으로 귀화시기를 놓쳤다가 사소한 경범죄로도 체포되면 모국으로 추방되기 때문이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는 지난 20년간 시민권 없는 입양인 추방사례를 50건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고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낯선 모국’으로 추방된 이들 중에는 끝내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해외입양인 국적 취득 현황에 따르면 1970년 이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은 10만6,332명, 이 가운데 미국국적을 얻은 사람은 6만2,502명으로 최소 4만3,830명이 시민권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연방의회는 신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입양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2001년 ‘아동시민권법(CCA)’을 제정, 18세 미만 입양인들에게 자동 시민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당시 기준 나이를 지나 이 법의 혜택을 보지 못한 입양인 수가 약 4만9,000명이고 그중 절반이 한국 출신이라는 것이 관련 단체의 통계다. 이들도 구제하기 위한 ‘입양인시민권법안’이 2016년부터 매년 발의돼왔지만 반이민 기류에 밀려 아직껏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과거를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고 미래 또한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 한국에서 버려지고 미국에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입양인들을 한국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이제라도 따뜻이 품고 돕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미주한인들은 동포 입양인들을 구제해줄 시민권법안이 의회에서 하루 빨리 통과되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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