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이 다른 깃털을 가진 사람들
▶ 전한나(UX 디자이너)
올해 3월까지만 해도 까마귀도 세를 들어 사나 싶을 정도로 까마귀 떼가 아침 저녁이면 우리 아파트 근처로 모여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까마귀들이 까악까악 하고 울어대는 소리에 잠에서 깨기가 일쑤였는데, 그러고보면 까마귀는 참 수다스러운 새이다. 까마귀는 지능이 높은 새라고 한다. 그 이유는 까마귀가 꽤 사회적인 새이기 때문이라 들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우리 동네에 모여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그들의 대화가 궁금해졌고, 둥그렇게 모여있는 걸 보면 꼭 원탁회의를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침에는 조회를 하는 걸까? 저녁에는 자기가 보고 온 풍경과 먹이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신기한 것은 까마귀는 까마귀끼리만 어울린다는 것이다. 까마귀만이 아니다. 비둘기는 비둘기끼리. 참새는 참새끼리. 같은 깃털을 가진 새들끼리만 어울린다.
새만 그런게 아니다. 사람도 그렇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왕래를 하며 지낸다.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 같은 문화권을 공유하는 사람, 나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비슷한 사람,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특별히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나이를 먹어갈 수록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나의 정체성이 보다 확고해 지고, 삶의 이런 저런 요구에 휘둘려 지치는데, 굳이 나와 다른 색깔의 사람을 찾아서 만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 사귐을 하다 보면 불편한 순간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그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나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이, 그에게는 심각한 화두일 수도 있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방식이, 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것일 수도 있다. 서로 다른 “당연함”의 기준은 때로 두 세상의 충돌처럼 다가올 때도 있다. 그렇기에 나와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를 이해하겠다는 열린 마음과 그의 세상을 포용하겠다는 마음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많은 정신적인 에너지가 요구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나의 세상을 확장시켜 주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얼마나 편협한 생각 속에 갇혀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주고,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을 보게 해주며,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나는 어떤 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내 주변은 어떤 색으로 물들어 있을까. 부디 내가 몰랐던 세계에 대해 알려 줄 다른 색의 깃털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꺼이 다른 세계를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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