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1963년 9월15일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이었다. 생산을 위한 기계와 기술을 일본의 묘조식품으로부터 도입해 가능했다. 닭고기 수프를 포함한 라면 1봉지의 중량은 100g, 가격은 10원이었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2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리 저렴한 것은 아니었다.
쌀 중심의 식생활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으로 출시 초기 판매량은 저조했지만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과 맞물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농심(옛 롯데공업)이 1965년 라면 산업에 뛰어들며 경쟁 체제가 됐다.
라면 가격은 첫 출시 7년 만인 1970년에 밀가루 등 원가 상승 요인으로 20원으로 올랐다. 이후 50원(1978년), 100원(1981년)으로 인상됐다. 삼양식품은 첫 출시 후 30여 년이 지난 1994년에 원료 고급화를 선언하며 야채수프 등을 첨가해 가격을 300원으로 올렸다. 외환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자 450원(1998년)으로 뛰어올랐다.
수프에도 변화가 뒤따랐다. 출시 초기에는 가마솥에 고기를 삶아 국물을 말린 뒤 건더기를 가루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제조사들은 된장과 고추장 등 다양한 재료를 가미해 우리나라 서민들과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올 3월까지 한국의 3대 대표 라면(신라면·삼양라면·진라면)의 총 누적 판매량은 575억 개에 달했다. 현재 라면은 편의점에서 1,000원에 팔린다. 출시 60년 만에 100배가 오른 셈이다.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8,000~9,000원까지 오른 것을 보면 라면값은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농심과 삼양식품·오뚜기 등 주요 업체들이 최근 라면 가격을 잇달아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신라면 가격은 1,000원에서 950원으로 떨어진다. 서민 입장에서 가격 인하는 좋지만 정부의 잇단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둔화 속 고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고심은 이해하지만 지나친 시장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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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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