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권 박탈 ‘황당’ 스토리
▶ “출생 당시 부친이 외교관…당초 시민권 발급은 잘못”
미국에서 태어나 의대를 졸업하고 워싱턴 DC 근교에서 30년 넘게 의사로 활동해온 올해 62세의 시아바시 소바니는 하루아침에 무국적자가 됐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지난 6월 여권 만료를 앞두고 갱신 신청을 했다가 돌연 시민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1960년 출생과 함께 시민권을 취득한 그가 갑자기 무국적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 수차례 여권을 갱신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아무런 의심 없이 갱신 신청을 했으나 새 여권은 받지 못하고 그의 시민권이 잘못 발급된 것이라는 황당한 통보만 받았다. 국무부 담당자는 출생 당시 그의 아버지가 이란 대사관 외교관이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출생했어도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외교관 면책 특권을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법에 따라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평생을 시민권자로 살았는데 이제 더 이상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은 그는 어이없는 상황에 분개했으나 화를 내기보다는 신분 회복을 위해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는 “국무부 안내에 따라 영주권을 신청했고 이민국 직원들의 선처를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이민국 절차가 얼마나 오래 걸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지만 누군가는 1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고, 그 다음에는 또 몇 년을 기다려야 여권을 받아 외국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최근 은퇴를 준비하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했는데 이제 아무것도 기약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최근 지역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그는 “저는 미국의 법을 존중하고 지난 30여년간 의사로서 수만명의 생명을 구하는데 기여했으며 지금도 3,0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마크 워너 연방상원의원과 제리 코널리 하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에 코널리 의원은 황당하고 안타까운 사연에 공감하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신했다.
소바니는 조지워싱턴대, 보스턴 칼리지, 조지타운 의대를 졸업했으며 그의 형 롭 소바니는 지난 2012년 메릴랜드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들 형제는 정치적으로 이란 정부에 반대되는 발언을 했던 만큼 미국을 떠나 이란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바니는 “다시 시민권을 받을 수 있을지,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며 “60년의 삶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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