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주택 3분의 1 이상 부숴”
▶ 주민 쫓아내려 의도적 ‘거주지 말살’ 논란
공습으로 초토화된 가자지구[로이터=사진제공]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가자지구를 초토화, 아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현지 주택의 약 3분의 1 이상을 부쉈다는 추정치마저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거주지 말살', 즉 '도미사이드'(domicide)를 전쟁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법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미사이드는 집의 복수형을 뜻하는 라틴어 'domi'와 살해를 뜻하는 'cide'의 합성어로서, 학계에서는 점점 더 많이 수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이런 용어가 거론되는 것은 가자지구가 과거 무력충돌 때도 손상을 입었다가 재건됐지만, 이번의 파괴 규모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건물이 몇 채나 파괴됐는지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독립적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택의 무려 40%가 손상됐거나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또 미국 뉴욕시립대와 오리건주립대 연구진이 가자지구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건물 약 9만8천 채가 무너지거나 부서지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법원, 의회, 339개 교육시설과 167개 종교시설이 파괴됐으며, 병원 총 35곳 중 26곳이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처럼 전례 없는 대규모 파괴가 단순히 군사 작전의 부산물인지 또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으려는 계획의 일환인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 주거권 특별 조사위원인 발라크리슈난 라자고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법학 교수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발언과 관련 사실 등을 고려하면, 이번 같은 대규모 파괴의 목적은 그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제거가 아니라 가자지구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이어 도미사이드는 현재 국제법상 별도의 반인도적 범죄로 구분돼 있지는 않지만, 이번 가자지구 주거 대량 파괴 사례에 적절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라자고팔 교수는 "그들(이스라엘군)이 민간 가옥과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부숴 가자시티 같은 도시 전체를 민간인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 것임을 알고서 자행하는 적대 행위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ECFR)의 휴 로바트도 이스라엘이 "전후 가자지구를 다스리고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민간기관들과 인프라를 의도적·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그간 이스라엘 정보부 등 정부 당국에서 유출된 내용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관리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지구에서 자발적으로 또는 강제로 나가도록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기오라 아일랜드 전 이스라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장도 최근 현지 일간지에 "이스라엘 국가는 가자지구를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일랜드 전 의장은 이어 "가자지구에서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만드는 것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가자지구는 사람이 존재할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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