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나우, 보이저’(Now, Voyager·1942) ★★★★★(5개 만점)

제리(왼쪽)와 샬롯은 여객선에서 만나 짧은 사랑을 나눈 뒤 헤어진다.
손수건이 적어도 12개는 필요한 슬프고 아름답고 로맨틱한 감동적인 맺지 못할 사랑의 드라마다. 원작은 올리브 히긴스 프루티의 소설로 제목은 월트 위트만의 시 ‘디 언톨드 원트’ 중 “이제, 항해자여 구하고 찾기 위해 돛을 올리세”라는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보스턴 상류층 가정의 샬롯 베일(베티 데이비스)은 독재자와 같은 어머니의 가혹한 통제 하에 살면서 병적으로 소심하고 수줍어하는 노처녀. 샬롯은 정신과의사 자퀴스(클로드 레인스)의 권유에 따라 남미 행 여객선에 오르는데 여기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세련된 멋쟁이 제리 랜더스(폴 헨리드)를 만나면서 생애 처음 사랑의 희열에 휩싸인다.
제리는 아내와 헤어질 수 없는 처지로 오직 딸 티나에 대한 사랑 때문에 불행한 결혼 생활을 지켜나간다. 샬롯과 제리는 짧은 항해 기간 중의 로맨스를 남겨놓고 헤어지는데 이 로맨스로 활짝 피어난 샬롯은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자신의 독립을 선언한다. 그리고 샬롯은 자퀴스가 돌보는 과거의 자기처럼 영혼을 앓고 있는 티나를 만나 자기 딸처럼 돌본다. 보스턴에 업무 차 온 제리와 샬롯은 재회의 기쁨 속에 둘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하나 결합되지 못하고 둘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
센티멘탈하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오스카상을 탄 맥스 스타이너의 음악과 눈부시게 고혹적인 흑백촬영이 영화의 수준을 소프 오페라에서 한 단계 높여준 영혼을 긴장시키게 만드는 작품이다.
제리와 샬롯의 담배 피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제리가 밤의 여객선 갑판에서 호소하며 갈망하는 시선으로 샬롯을 응시하며 담배 두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그리고 샬롯은 제리가 건네 준 담배를 자기 입에 무는데 정열이 가득한 키스를 아름답게 상징한 장면이다. 그리고 샬롯이 제리에게 건네는 마지막 대사가 멋있다. “우리 달을 원하지 말아요. 우리에겐 별들이 있잖아요.” 체념의 한숨인지 아니면 행복의 표현인지 모를 알쏭달쏭한 이 말을 마지막으로 카메라가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을 향해 올라가면서 영화는 끝난다.
데이비스가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이 영화는 인간조건과 인간심정의 후미진 곳을 통찰한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다. 어빙 래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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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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