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거나 렌트를 부탁하는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오면, 내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집을 고르는 ‘우선순위’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취향이 비슷해서 밝고, 부엌과 화장실이 이왕이면 깔끔하게 수리가 되어 있고, 가능하면 나무 마루, 안전한 동네, 최근에는 부엌과 거실이 틔어 있는 집을 선호한다. 이런 조건의 집에서 살면, 일상이 즐겁고 상쾌하고, 더 행복할 가능성이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조들도 풍수지리나 배산임수(背山臨水)를 따졌고, 중국어에도 ‘훵쑤’(Fengsu)라는 단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풍수는 적어도 동양인들에게는 보편화된 문화다.
고려 말 이성계가 요동지방을 정벌하기 위해 출격했다가 위화도에서 회군을 실행하던 날, 이날 아침 이성계가 먹던 밥상 다리가 부러졌다. 부하들은 나쁜 징조이니 훗날을 도모하자고 했다. 그러나 이성계의 생각은 달랐다. “상다리가 약해서 부러졌다. 드디어 내가 다리가 튼튼한 수라상(임금의 밥상)을 받을 때가 되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라며 부하들을 독려했다. 부하들의 사기는 하늘에 닿았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위화도 회군은 성공했다. 이 회군은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하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으며 후에 장군 이성계는 조선의 1대 임금이 됐다.
사람마다 자신 앞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에 대해서 생각이 다르다. 교통사고가 나면 더 좋은 차를 사라는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 그릇이 깨지면 불안하다고 외출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처럼 교통사고나 그릇이 깨지는 것은 실수 내지는 부주의로 인해서 일어난 단순 사고라는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즘 세간에 유행하는 말 중에서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노동 총량의 법칙, 행복 총량의 법칙 등이다. 젊어서 노동을 적게 한 사람은 늙어서 노동을 많이 하게 되고, 어려서 덜 행복했던 사람은 늙어서 더 기쁘고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즉 개인의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누구나 그 총량은 같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지금의 고통이나 아픔은 후에 나에게 다가올 기쁨과 행복의 전조 증상이고, 지금 행복한 사람 역시 현재를 즐기되 겸손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지금 나에게 어떤 징크스(Jinx: 재수 없는 일, 악운으로 여겨지는 것)가 있다면, 곧 좋은 소식이 올 거라는 믿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아침 밥상이 부러진 이성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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