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최대도시이자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LA 일원을 강타한 대형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중이다. 유례없이 계속된 건조한 날씨 속에 샌타애나 강풍이 겹치면서 일어난 산불은 LA 곳곳으로 급속도로 확산돼 피해 규모가 막대한 실정이다.
9일 현재 팰리세이즈 산불로 1만5,832 에이커가 불에 타는 등 여의도 면적의 25배 가까운 지역을 화마가 집어삼킨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긴급 대피한 주민이 15만5,000명에 이르고 이미 1,000개 이상의 건물과 주택이 파괴됐으며, 150만 가구 이상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잠정적인 재산 피해 규모도 520억 ~57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7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번 산불은 600여채의 건물과 주택이 불에 탄 2008년 실마 화재, 주택 500여채가 소실됐던 1961년 벨에어 화재에 이어 가장 파괴적인 화재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한인들도 많이 사는 알타데나를 중심으로 거세게 타오른 이튼 산불은 1월에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로는 41년 만에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사실이 속속 알려지면서 할리웃 배우 등 유명 인사들의 호화 저택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고, 산불 피해가 심했던 지역에 거주하는 적지 않은 한인들도 소중한 집을 잃었다. 더 큰 문제는 7곳의 산불 발생 지역 대부분의 진화율이 사실상 0%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개빈 뉴섬 주지사와 캐런 배스 LA 시장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지만, 지금은 피해자 구제와 피해 복구에 총력을 모아야 할 때다. 퇴임을 앞두고 때마침 LA를 방문 중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연방 차원의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유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산불 피해로 대피 중인 주민들이 무료로 숙박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인사회에서도 LA 한인회가 주축이 돼 담요와 마스크 모집에 나섰으며, LA 한인타운 8가 길에는 임시 셸터가 마련됐다.
우리는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 앞에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 노스리지 대지진 등 크고 작은 자연재해를 겪으면서도 굳건하게 다시 일어났던 앤젤리노들의 저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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