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가깝게 지내던 두 사람이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간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데 벌써 두 세달이 지나고 새해 1월이 됐다.
한 분은 약대 선배인 손목자 전 글로벌어린이재단 이사장이고, 한 사람은 젊은 약대 후배다.
우리가 이곳 레저월드에 이사 올때쯤 이곳에 이사 온 손목자 선배는 언제 만나도 친척처럼 손을 덥썩 잡으며 환한 미소로 반가워하곤 했다. 오랫동안 곁에서 봐왔지만 언제나 한결같고 주위의 어떤 사람도 그 분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손 선배는 주변 사람들 및 약대 후배들을 잘 챙겼다. 약대 동료와 후배들의 결혼 생활의 고민을 들어주고 때로는 부모처럼 조언도 해 주며 돈을 빌려 달라 하면 큰 언니처럼 빌려주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어느 날 내가 손 선배에 부탁 할 일이 생겼다고 얘기했다. 약사 중에 젊은 약사가 하나 있는데 암으로 몸이 아파 병원에 계속 다녀야 해서 일을 정기적으로 못하고 있는데 도와줬으면 한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혼하고 오래전 한국에 간 그 암환자의 남편은 그곳에서 결혼해 살다가 죽어 도움받을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는 손 손배에게 “환자가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요새는 형편이 너무 안좋아 식사 마저 걱정해야 한다”며 “미안하지만 언니가 조금만 도와 주실수 있으신지요?”라고 물었다.
손 선배는 “너는 그 얘기를 왜 이제서야 하는거야. 당연히 도와야지. 멀리 있는 사람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도와야 한다”며 돈을 보내도록 했다. “우리가 당연히 도와야 될 사람”이라고 말하는 손 선배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느껴져 감사한 마음에 목이 메었다.
8월 말 한국으로 떠나기 전 손 선배는 “내가 한국에 다녀와 정기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 했는데 한국에서 불의의 의료사고로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이 암에 걸린 젊은 그 약사도 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나갔다. 젊은 약사는 우리가 너싱홈에 찾아갔을 때 “너무 감사하다”며 “죽어서도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너무나 갑작스레 홀연히 세상을 떠나간 두 사람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천국에서 그들이 편히 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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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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