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기업들 줄줄이 급제동
▶ 메타 이어 구글 다양성 채용 폐기
▶ 베조스펀드 탄소감축 지원 중단
▶ ESG펀드 자금유출 더 확대될듯
수년간 전 세계 금융업을 중심으로 불었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사문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골적으로 석유 시추와 다양성 정책 폐기를 들고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으로 미국 기업들이 관련 목표를 줄줄이 폐기하고 있으며 유럽·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구글이 다양한 인종 채용 목표를 폐기했다고 사내 메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구글은 “더 이상 인력 구성 다양성을 개선하기 위한 채용 목표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2025년까지 소수 인종, 여성 등의 임원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세운 ‘베조스 지구 펀드’도 기업의 탄소 감축을 이끄는 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100억달러 규모로 설립된 이 펀드는 지난해 말부터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SBTi는 참여 기업이 탄소 감축 목표를 세워 공개하고 이를 실행하도록 목표 설정, 평가, 검증을 지원하는 국제 조직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웹사이트에서 ‘다양성·평등성·포용성(DEI) 정책은 비즈니스에 이롭다’는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도 다양성 정책을 감독하는 팀을 해체했으며 대형 유통업체 타깃도 최근 3개년 목표로 추진해온 DEI 정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흐름은 ‘트럼프 눈치 보기’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환경오염을 수반하는 석유 업계의 후원을 받는 미국 공화당은 지난 대선 이전부터 ESG에 반대하며 금융사가 투자 기준으로 ESG를 내건 것을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공약집 ‘어젠다 47’에서 “금융사들이 미국인의 은퇴 자금을 ESG에 투자함으로써 돈이 (ESG를 신봉하는) 급진 좌파들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며 “금융사들이 연금·퇴직금을 ESG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석유·천연가스 시추를 대폭 확대하겠다며 ESG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 측면에서 ESG와 맞닿아 있는 DEI와 관련해서도 연방 정부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날도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SG 경영의 선봉에 섰던 유럽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목격된다. 유럽에서만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면 역내 기업들이 미국 기업에 비해 많은 ESG 관련 규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최근 독일은 유럽연합(EU) 집행위에 “기업의 지나친 보고 부담을 없애는 것이 우리 우선순위”라며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CSRD)’ 시행을 2년 연기해달라는 서한을 보냈고 프랑스도 “현행대로 CSRD가 시행되는 건 기업들에 지옥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혼자이게이신문은 아태 지역, 특히 한국과 일본 기업들에 대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ESG 투자가 퇴조하면서 단기 수익 추구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가뜩이나 최근 들어 자금 이탈이 심화하고 있는 ESG 펀드의 인기도 시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분석 회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ESG 펀드에서는 201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2021년 698억 달러, 2022년 30억 달러가 순유입됐지만 2023년(134억 달러 순유출)부터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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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태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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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파고들 공간이 더 많아지는구나. 후에 방향이 다시 바뀌면 미국이 뒤쳐지는건 당연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