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기관 첫 ‘0%대’ 경고
▶ 대내외 불확실성↑… 복합위기
▶ 소비·투자·수출 모두 부진
▶ “재정투입 신중… 금리인하 필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이 0%대의 전망치를 내놓은 적은 있지만 정부 기관이 성장률을 0%대로 끌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국내 경제에 상하방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14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GDP 증가율을 상반기 0.3%, 하반기 1.3%로 각각 전망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0.8% 성장에 그친다. 이는 KDI가 올해 2월 발표한 전망치 1.6%에서 석 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관세 등 대외 충격의 영향이 대략 0.5%포인트, 대내 충격이 0.3%포인트로 산출됐다”면서 “2월에는 4월에 관세 인상이 본격화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망치는 미국이 중국에 30%,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나머지 국가에는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전제로 산출됐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품목관세는 현행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KDI는 GDP 수준을 결정하는 소비·투자·수출이 모두 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소비 증가율은 1.4% 늘지만 총고정투자는 0.9% 감소하고 그중에서도 건설투자는 4.2%나 급감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건설투자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건설 업체 재무 건전성이 추가로 악화하면 공사 진행에 차질이 발생해 건설투자 회복이 더욱 늦어질 수 있다.
내수 회복 역시 더디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소비자 심리가 지난해 말 급락한 후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숙박·음식, 예술·스포츠 등 서비스 소비와 밀접한 부문의 생산이 감소하면서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도 “무엇보다 내수 경기가 너무 안 좋은 상황”이라며 “관세가 높아졌고 경제적·정치적으로 불안하니 돈을 덜 쓰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라 수출 둔화세 또한 이어지고 있다. KDI는 총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7.0%에서 올해 0.3%로 대폭 축소되고 상품 수출은 0.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수입은 0.8% 증가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990억 달러에서 올해 920억 달러로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고용시장 위축도 본격화하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16만 명에서 올해 9만 명, 내년 7만 명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올해 성장률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이 한국의 자동차에 매긴 25%의 관세와 기본 관세 10%가 낮아진다면 성장률은 0.8%보다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현재 관세가 매겨지지 않은 반도체 등에 관세가 부과된다거나 관세 부과 유예가 종료되고 다시 관세가 부과된다면 성장률이 0.8%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
0%대 성장률은 한국 경제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1960년 이후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이 1.0% 미만을 기록한 것은 △1980년 오일쇼크(-1.5%) △1998년 IMF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등 네 차례뿐이었다.
해외 기관들의 전망치는 더 어둡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0.7%), 캐피털이코노믹스(0.9%), JP모건(0.5%) 등은 줄줄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대로 예측한 바 있다. 한국은행 역시 이달 29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전망치를 0%대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
KDI는 이 같은 암울한 전망에도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추가적인 재정지출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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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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