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켓 가기 겁나” 호소
▶ ‘주요 스트레스’로 부상
▶ 직장인들 도시락 싸오고 불필요 커피·간식 없애

갈수록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식료품을 세일 가격에 구입하고 불필요한 간식 등은 줄이고 있다. [로이터]
LA 한인타운에서 근무하는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달부터 점심을 싸오고 있다. 박씨는 “직장생활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가 만들어주는 샌드위치나 도시락을 싸오고 있다”며 “점심은 외부 약속이나 회식이 없으면 혼자 해결하고 스타벅스 커피도 끊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월급은 안 오르는데 외식비용이나 커피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미국 생활이 더 풍족해져야하는데 갈수록 경제적으로 피폐해지는 것 같아 슬프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에 따르면 한인사회 직장가에서 이같은 ‘혼자 점심 해결하기’가 흔해졌다. 같이 식당가서 밥 먹는 것도 부담되고 누가 돈을 지불할지도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겠다고 했지만 식료품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미국인들이 샤핑 패턴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CNN 방송 등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실제 AP 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달 10~14일 성인 1,43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53%)이 식료품 비용을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33%는 식료품 비용이 경미한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했다. 스트레스 요인이 아니라고 답한 사람은 14%에 그쳤다.
AP 통신이 식료품 가격에 대한 스트레스를 조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식료품 가격 상승은 미국민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N은 최근 몇 년간 다른 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이 식료품 가격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이번 조사 결과는 식료품 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미국인들이 여전히 높은 식품 가격과 경제 상황에 불안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계란 파동과 쇠고기 파동을 비롯한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비용 급증으로 신음하고 있다.
비싼 쇠고기 대신 닭고기나 갉은 쇠고기 섭취가 급증했고 소비자들은 치솟는 가격과 팁 부담에 외식도 줄이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쇠고기 스테이크가 그립다’고 말한다.
데이빗 오르테가 미시건 주립대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가 경제 방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확실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식료품 가격 공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경제학자들은 재고가 소진되고 기업들에 관세 타격이 현실화하면 물가 상승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샤핑 패턴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소포장 제품을 사거나 쿠폰을 사용하고, 필수품만 구매하며 외식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고용시장과 기업 성장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 둔화의 징후라는 분석도 나왔다.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의 론 사전트 최고경영자(CEO) 대행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조심스럽게 지출하고 있다”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상당한 불확실성 속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크로거는 할인 행사를 강화하고, 일반 브랜드보다 저렴한 자체 브랜드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오레오, 칩스 아호이 등의 과자 브랜드를 보유한 몬델레즈는 소비자들이 특히 비스킷을 덜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북미 매출은 지난 분기에 3.5% 감소했다.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식료품 외에 과자와 아이스크림, 콜라, 케이크 등 간식과 스낵 소위 ‘럭서리’ 식품 비용을 줄이고 있다. 요식 업계는 인건비와 재료 비용 급증으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하지만 고객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맥도널드에 가는 고객들도 줄고 있다. 스타벅스는 매출이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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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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